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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불려 한치 부족함이 없는 소설가의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메이지시대(明治時代)의 작가지만 아직도 회자되고 인용되는 나쓰메 소세키의 이 책은, 마음의 빚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드뎌 읽게 되어 기뻤습니다.

독서가 탄력을 받던(?) 봄, 그녀에게 책을 좀 추천해 보라고 했습니다. 두꺼운 이 책을 권하더군요. 빠르게 치고 나가는 저의 독서 패턴을 좀 바꾸어줄(-.-)a 요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께가 상당했지만, 읽고 싶었던 책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꽂이에서 꺼내 들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유유정(옮김), 문학사상사, 1997.   * 총 515쪽.
夏目漱石(Natsume Sōseki), 吾輩は 猫である, 1905~1907.   * 상중하 단행본 출간 기준.

꽤나 오래 걸려 읽었습니다. 2009년 4월 8일(수)부터 4월 20일(월)까지 읽었군요. 두번의 휴무일을 맞을 만큼 긴 기간이었고, 그 이틀은 책을 못 읽었습니다. 그걸 계산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독파에 열흘이 넘게 걸린 셈입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도 그렇지만, 한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1997년 출간이 되어서 그렇지, 요즘 같으면 아마 두권의 책으로 나왔을 겁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쥐를 잡고 싶은 고양이로소이다.


일본문학 100년 사상 최고의 국민작가, 최대의 걸작이란 평을 받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 이 책은?

일본이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던 메이지시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소설. '인간의 눈으로'가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인간사회를, 인간생활과 생각을, ... 객관화하는 책. 나쓰메 소세키가 영묘한 동물인 고양이의 입장을 빌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 '객관적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신선함(!)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선사하는 생각의 깊이가 일품인 소설.

아마도 고양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양이만큼 똑똑한 동물로 평가되는 동물이 없어서였을 것 같습니다. 더 똑똑하다고 평가되는 동물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 동물의 이름을 땄겠죠.

객관화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사상(!)을 접하는 것도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구요. 아마도 그래서 이후의 글쟁이들에 의해서 수도 없이 나쓰메 소세키가 인용되는 것이겠죠. 비교적 최근에 읽은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http://befreepark.tistory.com/573 참고)에서는 아예 서술해 나가는 이야기의 한 축을 나쓰메 소세키가 차지한 바 있습니다.


책 소개에 인용할 대목으로 체크해 놓은 것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세 대목만 가져와 봅니다.
 
 

 
2. 인간 사회와 경제의 객관화

원래 내 생각을 따르면, 저 허공은 만물을 덮기 위하여, 이 대지는 만물을 싣기 위하여 생겨난 것이[다.] ... 그런데 이 허공과 대지를 제조하기 위해 그들 인류는 ... 촌척(寸尺)의 도움도 주지 못했[다.] ...
자신이 만들지 않은 물건을 자기 소유로 정하는 법은 없다. 자기 소유로 정하는 것까진 상관이 없겠으나 타자의 출입을 금할 이유는 없을 게다. 이 망망한 대지를, 약삭빠르게 울타리를 두르고 말뚝을 세우고, 모모(某某)의 소유지 등등으로 구획하여 가르는 것은, 흡사 저 창공에 새끼줄을 치고, 이 부분은 나의 하늘이요, 저 부분은 그의 하늘이라고 신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62쪽, <4. 주인 부부의 싸움 방식>에서)   * [   ] 및 밑줄은 비프리박.

땅과 하늘은 주인이 없다!!!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나쓰메 소세키의 생각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봅니다. 100년 전 일본에서 이런 생각을 (소설의 일부이긴 하지만) 글로 적었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땅부자들이 득세하고 떵떵거리는 나라가 되어버린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좌빨, 빨갱이 소리 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어느 구석 하나 틀린 데가 없는 깔끔한 정리였습니다.

이것이 100년전의 생각을 적은 것이라니!!! 나쓰메 소세키를, 그래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그의 생각의 깊이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3. 고양이의 것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삶과 사랑

무릇 연애는 우주적인 활력이다. 위로는 하늘에 계신 주피터로부터 아래로는 땅속에서 우는 지렁이, 땅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이 사랑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이 만물의 습속인지라, 우리 고양이들이 어스름이 좋아라고 불온한 풍류 기분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야기다. ... 그렇기 때문에 천금 같은 봄밤을 마음도 들떠서 만천하의 암코양이 수코양이가 미쳐서 돌아치는 것을 번뇌의 미몽(迷夢)이라고 경멸한 생각은 추호도 없[다.]
(196쪽, <5. 우리 고양이에게도 연애는 우주의 활력소>에서)   * [   ]는 비프리박.

연애를 우주적인 활력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아닌 인간의 입장에서도 부인하긴 힘든 선언입니다. 연애와 사랑을 빼면 인간 삶은 단팥 없는 찐빵이 되고 고무줄 없는 팬티가 됩니다. 고양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고양이와 다를 이유도 없구요. 위에 인용한 부분에 고양이 대신 인간을 대입해서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돕니다. ^^

책에서 관찰자 역할을 맡고 있는 고양이는 주피터 씩이나 들먹이는 유식한 고양이입니다. ^^


 
4. 고양이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인간의 생활방식

인간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다. 날로 먹어도되는 것을 일부러 삶아보기도 하고, 구워보기도 하고, 식초에 담궈보기도 하고, 된장을 찍어보기도 하고, 툭하면 쓸데없는 수고해가며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 ...
머리카락이라는 것은 저절로 돋아나는 것이므로, 내버려두는 게 가장 간편하고 본인을 위한 것이 될 법도 한데, 그들은 쓸데없는 궁리를 하여 갖가지 잡다한 모양새를 만들어 놓고선 뽐을 낸다.
(230-231쪽, <6. 두 발로 걷는 인간이란 동물의 사치>에서)

이 책에서는 좀 근본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생활방식을 요모조모 뜯어봅니다. 책의 곳곳에서, 당시 일본이 새로 받아들인 생활양식 또는 전해져 내려오는 세습되는 온갖 생활방식을 다소(?)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봅니다. 아마 그러기 위해서, 고양이의 눈을 빌릴 수 밖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쯤 또는 언제나, 인간을 그리고 인간의 생활방식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나쓰메 소세키가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콕콕 찝어내는 시도들은,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던 시점에서 필요한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쓰메 소세키가 선각자이긴 선각자(^^)였다는 인정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100년 전에, 꼭 필요한 시점에서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요.

 
 
 
  <리뷰의 결론>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일본이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던 메이지시대(明治時代), 소설의 형식을 빌어,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책.
- '인간의 눈으로'가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인간사회를, 인간생활과 생각을, ...
  객관화하는 책.
- 나쓰메 소세키가 영묘한 동물인 고양이의 입장을 빌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
- '객관적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신선함(!)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선사하는
  생각의 깊이가 일품인 책.

※ 제목의 패러디 - "나는 '쥐'를 잡는 고양이로소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
                           ( 참고로, 이 책의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합니다. 애석하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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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823 일 23:00 ... 00:40  비프리박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8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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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이 책처럼 진작에 읽었는데, 리뷰를 못 쓴 책들이 좀 되는군요.
 그러면 안 되는데, 이런 저런 서평단 리뷰와 다른 포스트들에 밀린 감이 있습니다.
 따지자면 개인적 필요와 소망에 의해서 읽은 책이 더 서평다운 서평을 쓸 수 있는데 말입니다. -.-a
 시간과 여건이 되는대로, 이런 책들의 리뷰를 꾸준히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곰곰히 짚어보니,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 가운데 서평이 밀린 책이 12권이군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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