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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 아니라 조선'공주'실록이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어차피 조선공주실록이 실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기에 저자의 추리와 재구성능력이 잘만 작용하면 읽는 맛과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명호, 조선공주실록 - 화려한 이름 아래 가려진 공주들의 역사, 위즈덤하우스(역사의아침), 2009. * 본문 338쪽. 총 371쪽.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보내온 두번째 서평단 미션 서적입니다. 2009년 6월 23일(화)에 택배수령했구요. 「마키아벨리의 눈물」과 카테고리가 달라서인지 따로 날아왔는데, 같은 날 도착했습니다. 7월 5일(일)과 다음날, 이틀동안 읽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이외의 시간을 좀 쏟아부었기 때문에 300쪽이 넘는 책을 이틀만에 읽을 수 있었네요. ^^ |
▩ 조선왕조실록의 별책부록같은 조선공주실록(신명호)을 읽는 맛과 재미 ▩
( 신명호의 다른 저서 「조선왕비실록」을 읽고 싶게 만든 「조선공주실록」)
1.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책 되도 안하는 책들에 대해서는 독한 리뷰를 날리는 사람이지만 괜찮은 책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까지 인색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에 든 솔직한 느낌은 이렇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책. 읽는 맛과 재미가 쏠쏠한, 머리와 가슴을 자극하는 지식과 울림이 있는 책. 반복해서 읽으면 머리 속에 좀더 각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꼭 다시 읽고 싶은 책. 모르던 사실을 알게 해주는, 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더러 대충 알고 있던 사실을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식으로 바꿔주는 책. 2. 조선의 역사가 투영된 공주들의 삶에 대한 추적과 재구성 이 책에서는 조선 왕실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공주들 즉, 왕과 왕비 사이에서 난 딸들의 삶을 추적합니다. 왕의 삶도 아니고 왕자의 삶도 아닌, 공주들의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합니다. 왕들마다 공주와 옹주 현황(?)이 어땠는지, 이 책에서는 일람을 만들어 한눈에 볼 수 있게 부록(340~356쪽)에 실어 놓았더군요. 신명호의 이 책은, 왕과 후궁 사이에서 난 딸들 즉, 옹주들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백수십명에 달할 왕의 딸들 가운데, 극적인 삶 또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7명의 공주를 골라 그들의 삶과 죽음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어두운 역사와 비극적인 역사가 고스란히 공주들의 삶에 투영됨을 알 수 있습니다. 3. 추적과 재구성에서 추리와 크로스체킹(cross-checking)이 갖는 힘 역사는 사료 속에 존재합니다. 사료는 신빙성이 있지만 절대적인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주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사관(史官)이 기술해놓은 것들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요. 신명호는 사료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잠시 접어둔 채, 다양한 사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닙니다. 상반된 사료를 만나게 되면 전후 역사적 상황을 짚어보고 그 속에서 타당한 것으로 생각되는 쪽으로 해석을 시도합니다. 수사관이든 역사가든, 추적과 재구성을 함에 있어서 추리와 크로스체킹(cross-checking, 교차참조)이 갖는 힘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명호는 이 힘을 십분 발휘하여, 마치 재미있는 추리물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책의 곳곳에서 말이지요. 독자로서 추리와 크로스체킹의 힘에 빨려든 곳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영조대왕의 "대리청정 하교"를 둘러싼 온갖 시비와 논란을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는 대목(262쪽~274쪽)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영조실록 해당부분과 승정원일기의 해당부분 그리고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해당부분을 두루 훑으면서 "대리청정"을 둘러싼 "삼불필지론(三不必知論)"에 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석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4. 구체적인 사실(史實)의 매력 16세의 어린 나이로 고국을 떠난 의순공주는 7년만에 아버지를 따라 고국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귀국한 날짜는 효종 7년(1656년) 4월 26일이었다. 의순공주가 돌아올 때 자녀들이 없던 것으로 보아 청나라에서 자녀들을 두지 못한 듯하다. 홀로 갔다가 홀로 돌아온 셈이었다. 이렇게 귀국한 의순공주는 뜻밖에도 고국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홀로 쓸쓸히 여생을 보내야 했다. ... 사람들은 ... 의순공주를 두고 청나라 오랑캐에게 몸과 마음을 더럽힌 '환향녀還鄕女', 곧 화냥년이라고들 수군거렸다. (223쪽, <의순공주, 효종의 딸>에서) "화냥년"이라는 욕이 있고 그것이 "환향녀"에서 유래했음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청나라 오랑캐(!)의 침략으로 조선이 당한 굴욕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효종의 딸(양녀) 의순공주에서 유래된 호칭이자 욕설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의순공주가 어떻게 효종의 양녀가 된 것인지, 의순공주는 왜 청나라의 섭정왕 도르곤의 배우자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청나라에 섭정왕의 배우자로 가면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매력이 있지만 대충 알고 있었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아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이 있지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매력이 참으로 넘치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뷰의 결론>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한 역사학자의, 조선시대 왕들의 공주가 살았던 삶과 죽음에 관한 추적과 재구성. - 공주들의 삶은 나라의 운명을 비껴가지 못함을 구체적인 사료로 보여주는 책. - 추리와 크로스체킹이 선사하는 읽는 맛과 재미가 쏠쏠한 책. -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시 읽어도 안 지루할 책. - 내친 김에 신명호의 다른 책 「조선왕비실록」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 ^^ 2009 0709 목 12:20 ... 13:10 비프리박 |
조선공주실록 - 신명호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p.s.
"본 도서 리뷰는 위즈덤하우스(http://www.wisdomhouse.co.kr)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이나 방향은 위즈덤하우스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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