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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 대수냐? 위악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심이다. 편집이 대수인가? 인간은 모두 편집자이다. "나는 편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은 인간사를 관통하는 정언명제로서 손색이 없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편집자이다. ... 인생이란 지난한 편집의 과정이다. ... 내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고, 중요한 것을 선택해 기획하여 실천하는 일, 삶은 그러한 편집의 반복이다.
(19-20쪽, <편집론 1 - 편집이 대수냐>에서)


어떻게 하면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잘 쓰고 있는 것일까? 내 글쓰기를 돌아본다면 덧붙이거나 빼야할 요소는 없는 걸까? ... 아마도, 수시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 블로거의 마음 속 한 켠을 상시 점령하는 물음일 거 같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구입했습니다. 게다가 책의 저자가, 제가 애독하는 <한겨레21>의 편집장을 10년 넘게 맡은 사람이라면 구입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고경태, 유혹하는 에디터:고경태 기자의 색깔있는 편집 노하우, 한겨레출판, 2009.
* 총 349쪽.

그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편집일로 19년 넘도록 밥벌이를 하고 있는 편집기자, 주간 단위로 1000번이나 '마감의 강'을 건넌 편집장, 12년 8개월간 몸담은 <한겨레21>의 표지와 광고카피를 11년 2개월간 책임진 편집책임자(5-6쪽)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고경태 기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글쓰기에 관한 온갖 지침과 노하우를 잘 풀어내고 재미있게 적어냅니다.

2010년 2월 22일(월)부터 읽기 시작해서 25일(목)까지 읽었습니다. 지하철에서만 읽었고 하루에 70~100쪽씩 꾸준히 4일간 읽었네요. 국철이 심야에 연착을 하면 연착을 하는대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고경태 기자가 그의 이력만큼이나 글을 재미있게 참 잘 쓰지 말입니다. ^^


유혹하는 에디터 - 10점
  고경태 지음/한겨레출판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유혹하는 에디터(고경태), 인상적인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 에디터는 끊임없이 독자의 시선을 유혹해야 한다. 고경태 편집장은 말 그대로 유혹하는 에디터다. )


 

1. 이 책은? 고경태는?

책의 저자, 고경태는 편집일로 19년 넘도록 밥벌이를 하고 있는 편집기자이자 주간 단위로 1000번이나 '마감의 강'을 건넌 편집장이며, 12년 8개월간 몸담은 <한겨레21>의 표지와 광고카피를 11년 2개월간 책임진 편집책임자이기도 합니다(5-6쪽에서). 편집에 관한 한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한,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죠. 게다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는! ^^

이 책은, 인터넷 서점 해당 책 소개에 나온대로, "오랫동안 매체를 편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잡지의 기획 편집에 관한 20년 노하우를 알려주는 저자의 자전적 스토리이자, 편집 실무 가이드북"이라고 하면 딱 맞습니다. 편집에 관한 그의 생각과 노하우를 맛깔나게 적는 한편 그의 삶에서 추려낸(?) 단편들을 담고 있습니다.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2. 고경태 기자의 글쓰기 10계명

편집, 에디팅, ...은 글쓰기에 바탕하지 않을 수 없겠죠. 글은 편집의 기본이자 재료니까요. 고경태는 글쓰기에 관한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사항들은 제외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글쓰기 10계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괄호 속은 해당 항목의 본문 가운데 뽑은 한 문장.)

1. 잽을 날려라. (글을 시작하자마자 훅이나 어퍼컷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2. 첫 문장은 유혹이다, 더불어 제목이다. (낚시로 치면 밑밥이다.)
3. 솔직하게, 소탈하게 쓰자. (솔직한 글은 '폼'을 잡지 않는다.)
4. 말하듯 쉽게 쓰자. (문어체를 줄이고 구어체를 늘리자.)
5. 체험과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 (삶을 보여줄 때 글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6. 중언부언한다고 느껴질 때 과감히 포기하라. (확 엎어라.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하라.)
7. ... 고치고 또 고쳐라. (글의 달인이 아니라면, 초고는 찝찝하고 미진하다.)
8. 신뢰할 만한 이에게 감수를 맡기자. (글 쓴 사람이 보지 못한 글의 허점을 알아낸다.)
9. 어? 의외다! (첫 문장이 뻔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10.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져라. (당신은 어떠한 스타일의 글쟁이로 기억될까.)
(251-260쪽, <그대 어필하였는가>에서)

현재, 거의 매일 하나의 포스트를 작성해서 세상으로 내보내는^^ 제 입장에서 참 고마운 조언입니다. 이미 나름 실천하고 있는 항목도 보여 뿌듯한 한편, 찔리거나 뜨끔한 항목도 있습니다. 특히 "첫 문장은 유혹이다"라는 말과 "중언부언한다고 느껴질 때 과감히 포기하라"는 말이 그랬습니다. 그러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실제로는 잘 안되는 면이 있거든요. ^^;;;
 
 

 
3. 글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유머가 있어야 한다!

유머를 갖자. 웃음이야말로 정치적 깃발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 유머와 웃음이 없다. 이는 2008년 촛불집회의 경험과 교훈을 배반하는 행위다. 분노를 요절복통으로 풀어내던 그 기발하고 신선한 구호와 그림들을 모두가 기억한다.
(135-136쪽, <메마른 투사여, 새로운 단어를 갖자>에서)

언젠가 적었던 대로 "2MB에게는 비판이 아니라 조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십분 백분 공감되는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사적인 이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데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읽는 사람한테 뭔가 좀 먹히려면^^ 재미가 있어야겠죠. 글쓰는 이에겐 유머가 있어야 하겠고요. 그러고 보니 저같이 밋밋한 사람에게는 좀 키워야 할 덕목이군요. -.-a
 
 

 
4. 가끔은 낚시를 하자! 가끔은 낚시를 하고 싶다!

[그] 제목은 '낚시'라는 비난도 살 만하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낚시질이 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낚시질 좀 하면 안 되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기가 아니라면, 가끔 떡밥에 낚이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생활의 활력소다. ... 그냥 한번 웃자고!   * [   ]는 비프리박.
(141쪽, <악플 따윈 필요 있어! - 까짓것, 때론 낚시질을 하자>에서)

내용이 뒷받침이 안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낚시라면 지양해야겠지만, 내용적인 담보가 이뤄지면서 읽는 이에게 미소를 선사하는 낚시라면 지향해야 맞다고 봅니다. 고경태 편집장의 생각에 천번 만번 공감합니다. 사기 치는 게 아니라면 독자에게도 삶의 활력소(!), 맞습니다. 동의합니다. 고경태가 적고 있는 맥락과는 조금 다르지만 2010년 만우절에 제 블로그를 빛낸(?) 포스트 ▩ 잠시 티스토리 접습니다. 인연이 되면 또 만나겠지요. ▩가 기억에 새롭군요. ^^
 
 

 
5. 편집자라면 독자를 생각하자!

만날 밥만 먹으면 질린다. 독자들도 가끔은 자장면이나 스파게티, 또는 베트남 쌀국수 같은 이국 요리를 섭취할 권리가 있다. 편집자들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324쪽, <상투를 틀자, 뱀파이어가 되자>에서)

독자 없는 편집자는 존재할 근거와 의미가 없겠지요. 편집자가 독자를 전제한다면, 편집자는 독자의 입장과 기대와 취향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독자 지상주의거나 독자에 대한 영합이 아니라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들러주는 지인과 독자(?)를 잘 배려하고 있는 것일까, 를 생각하니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군요. 잘 하고 있는 거겠죠? 긁적긁적. ^^a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인상적인 글쓰기, 재미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 색깔있는 편집, 톡톡 튀는 편집을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 글쓰기를 가까이하는 블로거라면, 읽어 손해볼 게 없는 책이죠. (그래서 구입했다는! ^^)
- 글쓰기와 편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형식을 띠어야 하는지에 대한 길찾기입니다.
- '인생은 편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어쩌면 우리 모두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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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404 일 04:30 ... 06:10  비프리박


 
유혹하는 에디터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고경태 (한겨레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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