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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그와 같은 [국책] 사업의 평가 과정에 간여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그것은 정부가 원하는 사업이면 반드시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28쪽,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사업>에서)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연상시키는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연일 쏟아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말도 안되는 정책과 결정들 속에서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반드시 물어야 하는 질문이고요.

개인적으로, 이명박이 대통령에 앉던 2008년 2월부터 계속 되물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쿠오 바디스, 코리아?"라고 물었죠. 이준구 교수의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너무도 반갑게 맞이한 책입니다. 뭐랄까, 최소한,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을 느꼈달까. ^^


이준구,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도서출판 푸른숲, 2009.   * 총 327쪽.

이 책은 두번 읽었습니다. 책이란 게 두번 읽기 쉽지 않고 두번 읽을 책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두번 읽을만한 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2009년 7월 10일(금)부터 7월 14일(월)까지 한번 읽었고, 해가 바뀐 2010년 2월 9일(화)부터 2월 12일(금)까지 두번째 독파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BlogIcon ytzsche 님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여름, 온라인 책나눔 이벤트의 바람이 몰아칠(?) 때, BlogIcon ytzsche 님도 이벤트를 진행했고, 저는 그 이벤트에 살포시 신청을 했다가 당첨이 되었지요. 선물처럼 받은 책입니다. 2009년 6월 25일 수령.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 10점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별 다섯, 그 이상을 주고 싶은 책.

*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공감하며 동의하며 두번 읽은(!)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두번 읽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그에 힘입어 구입한, 그의 다른 책 「36.5도씨 인간의 경제학」.


 

1. 이 책은?

이 책은,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그간 한국 경제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을 모은 책입니다. 매체에 발표한 글도 있고, 이준구 교수 자신의 홈페이지(http://jkl123.com)에 올렸던 글도 있습니다. 책으로 묶어 내면서 장별로 <독자에게 드리는 글>을 적었고, 어떤 글은 출간을 위해 수정을 가한 부분도 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은 두번 읽은 책입니다. 크게 공감하며, 동의하며 읽은 책입니다.
어지간히 느리게 읽고 책 읽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저로서는 엥간해서 같은 책을 두번 읽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한 소비재처럼 보이는 시간 자원도 사실은 유한 소비재이기에 아무 책에나 두번 읽는 투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두번 읽었습니다.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두번 읽기 위해 틈을 만들어냈다고 하면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

 

이준구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 합리성을 요구합니다. 합리성의 잣대로 정부 정책을 바라보고 평가하자고 말합니다. 크게 공감합니다. 언젠가부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는 자들이 도리어 그 비판자들에게 말도 안된다며 억지를 부리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준구 교수의 합리성 기준은 신선하고 인상적입니다. 저 역시, 대한민국 사회가, 대한민국 정부가, 그리고 정부의 온갖 정책이 최소한 합리적이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떤 정책이 보수성향의 것인지 아니면 진보성향의 것인지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정책은 그것이 갖는 합리성에 의해 궁극적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271쪽, 6. 시장주의자의 고백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2. 비판에 대해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비판에 재갈 물리기다

비판을 하는 사람에게 대안 제시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어떤 점을 비판하면 으레 "그래, 너는 무슨 대안이 있느냐?"라는 퉁명스러운 대꾸가 돌아온다. 대안을 만드는 책임은 정책담당자에게 있지 비판을 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너도 좋은 대안이 없으면서 왜 비판을 하느냐?"는 말은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그 밑에 깔려 있다.
(246쪽, <영어 공교육 강화,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야구를 못하는 야구선수를 비난하는 데에 야구실력이 요구되지 않듯이, 노래 못하는 가수를 욕하는 데에 노래솜씨가 필요하지 않듯이,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데에 정책 대안이 전제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이준구 교수의 말대로, 비판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비판에 대해서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비판자에게 재갈을 물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데에 무슨 전제 조건이 필요하냔 말이죠. 권력집단, 기득권세력의 억지논리라고 봅니다.
 
 

 
3. 선거에서의 승리가 백지 위임장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투표자가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때 그의 공약 전체를 완벽하게 지지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다. ... 따라서 어떤 후보가 전 국민의 50% 이상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개별 공약에 대한 지지도는 50% 수준을 밑돌 수 있다. ...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모든 공약을 그대로 실천해도 좋다는 백지수표가 발행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24-25쪽,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사업>에서)

2008년 누군가 대통령 자리에 앉은 후 널리 회자된 말이 있죠. "대통령 선거 공약 지킬까봐 두려운 건 니가 처음이다!" 말도 안되는 공약, 어차피 당선을 목적으로 뻥과 구라를 섞어서 내놓은 공약! 그걸 다 지키려고 하면 그게 국가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낳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747 공약을 지키겠다고 고환율 드라이브를 걸다가 나라를 아작-_-;낼 뻔 했던 것이 바로 그런 케이스죠.

다른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취임 직후, 대선에서의 지지도를 근거로 모든 공약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라는 물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이준구 교수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지지율이라는 것도 '환상' 혹은 '허구'에 가깝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4. 저소득층의 부자감세 지지는 '보수 언론'의 여론 조작이 만든다

저소득 계층에서 정부 지지도가 높은 반면, 고소득 계층에서는 지지도가 낮게 나옵니다. 이 정부가 가진 사람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소득 계층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오니 흥미로울 수 밖에요. ...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 여론 조작의 홍수 속에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
보수 언론이 여론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100-101쪽, 3. 종부세, 그 경제학적 진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노동자들이 기업가 출신 대통령 후보를 찍는 투표 행태, 서민들이 강남 땅부자 정부의 부자만을 위한 정책에 보내는 지지, 파업조차 하기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는 일, ...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평소 제가 비아냥을 섞어 내뱉는 "형편에 맞는 정당을 좀 찍든가!"라는 탄식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저 역시 그 뒤에는 사익 집단으로 전락한 수구 언론의 여론 조작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는 수구 권력집단과 기득권세력의 영향력 또한 적지 않게 행사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인용한 이준구 교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다음과 같은 반문에도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부세 제도가 무력화되면 당장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워낙 동정심이 강해 종부세 내는 부자들이 애처롭게 보여 그런 것일까?"(138쪽).

 
 

 
5. 입시제도를 누더기로 만들면 대학의 경쟁력이 생기나

대학의 경쟁력이란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연구업적을 내고 좋은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입시제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슨 뜬금없는 주장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대학이 조금 더 높은 수능 점수 얻은 학생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당장 더 좋은 연구업적이 쏟아져 나올까? 그런 학생을 뽑는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당장 향상될 것인가? ... 더 좋은 연구없적을 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대학 스스로 담당해야 할 일이지 입시제도 탓을 할 일이 결코 아니다.
(198쪽, <억울하게 매 맞는 '3불정책'>에서)

대학들은 자신의 눈에 '좋은 재목'으로 보이는 학생을 골라 가려고 혈안이 되어 입시제도를 제 입맛에 맞게 바꾸고자 합니다. 간혹 입시제도를 무시하는 처사도 불사하는 경우도 봅니다. '좋은 학생'을 자신의 대학에 유치하면 대학의 수준이 높아질까요. 대학의 수준이 높아지면 '좋은 학생'이 오지 말래도 오는 것은 아닐까요.

책의 어딘가에서 이준구 교수가 지적한대로, 어떤 학생을 A대학에서 데려가든 B대학에서 데려가든, 한국의 교육현실과 대학의 경쟁력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입시제도 개선(?)을 통한 대학경쟁력 제고라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의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그런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을 말살하는 입시위주, 경쟁지상주의 교육에 있는 것이겠죠. 이에 대해서는 이준구 교수도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우리 세대의 비극은 고등학교들 사이에 경쟁이 없던 환경에서 공부한 데 있는 것도 아니고, 수준을 낮춰 공부를 한 데 있는 것도 아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공부에 대한 열의와 창의성이 철저히 고갈된 데 있었던 것이다."(233쪽).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이준구 교수의 한국 경제 보기, 한국 사회 보기, 경제 정책 보기, 교육과 언론 보기, ...
- 이준구 교수의 관점과 기준은 '이념'이 아닌 '합리성'에 기초한다.
-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학자도 '좌빨'에 '빨갱이'로 몰리는 더러운 세상! ^^a
- 이준구 교수의 분석과 비판에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책.
- 어쩌면 한번 읽은 후에 이 서평을 쓰는 리뷰어처럼 한번 더 읽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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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이준구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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