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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잘 사는 것 같더라"는 2mb의 말에,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봅니다. ~인 것 같더라는 말에 국가 정책이 흔들리는 것도 우스운 꼴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정책 수립이 그런 식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 잘하면 나라가 잘 산다...? 참~ 어린애같은 생각 아닙니까? 영어 잘하는 거지도 많던데~? 하는 우스개소리를 들려주고 싶군요.

1.
"2mb 정부의 영어공교육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2mb 영어공교육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을 한 3초 정도 했습니다. 3초까지 고민하지 않더라도^^ 2mb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걸 알 수 있기에... "2mb 영어공교육 정책"이란 제목을 뽑기로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2.
이런 질문 던져 봅니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영어로 된 텍스트를 더많이 접하게 될까요? 아니면 영어권 외국인을 더많이 접하게 될까요?" 몇 초의 고민도 없이, 답은 "영어로 된 텍스트" 쪽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질문을 다르게 던져 봅니다. "과연 우리 국민에게 영어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실용적'일까요? 아니면 영어권 외국인과 대화를 할 줄 아는 것이 '실용적'일까요?" 2mb가 내세우고 있는 '실용적'이란 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습니다만, 질문에 대한 답은 실용을 내세우는 2mb가 원하는 것과는 반대방향, 즉 "영어 텍스트"쪽이 실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영어권 외국인을 거의 매일 접하고 그들과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국민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2mb 정부를 묘사하는 가운데 "1% 정부"라는 말이 있죠. 그 '1%'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이 나라가 그 1%를 위한 정부가 아닌데... 왜 정책은 1%를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하죠?

4.
영어권 외국인과의 대화... 가능하면 좋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어권 외국인을 접할 일이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는지요? 저만 하더라도, 외국어학원과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해오고 있지만 매일 영어권 외국인을 접한 건, 외국어학원에서 일할 때 뿐이었습니다. 그후로는 영어권 외국인을 접한 일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이 정도라면 영어와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굳이 답을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이란 거 잘 아시죠?

5.
영어권 외국인과의 대화... 못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좋지요. 하지만 이것이 공교육의 목표로 설정될 때, 그것은 허구에 가까운 목표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2mb 측에서 이야기하는 영어권 외국인과의 대화? "오늘 날씨 어때?" "서울역은 어떻게 가요?" 하는 류의 교과서적 문답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그걸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라면 그것이 지금 사회적으로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예컨대, 총선이라든지~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이라든지~)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대화가 아닐까요.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온 몸이 찌뿌득해." 하는 류의 극히 일상적 표현도 할 수 있어야 대화가 아닐까요. 이런 류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라면... 그것이 과연 공교육으로 가능하겠냐 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다들 주변에서 이민간 친인척들이 있으시다면 아시리라 보지만, 영어권 국가나 사회에 가서 몇 년을 살다 와도 사실 이런 수준의 대화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2mb 영어교육 정책이라는 것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참으로 어린애같은 발상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뭐랄까, 구체적인 연구와 분석 없이 그냥 내두르는 푸념이나 술자리에서의 잡담? 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6.
또한, 영어권 외국인과의 대화를 목표로 한 영어공교육 강화는... 다른 데에 쏟을 수 있는 노력과 자원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의 문제도 있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을 대상에 너무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자하면 정작 필요한 다른 것이 부실해지는 거죠. 오히려 교육의 포인트를 외국어, 그것도 특히 영어에 맞추기 보다는, 창의적 발상을 하게 하고 논리적 사고를 키워주는 쪽에 공교육이 무게를 두는 것이 맞죠. 거기에 좀더 많이 노력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21세기를 위한 국가적 준비로도 걸맞고요. 이건 학생들에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어떤 과목을 더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고 국가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자원과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7.
공교육에서 영어권 외국인과의 대화를 목표로 하게 되면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나게 됩니다. 제 아무리 공교육에서 영어를 이렇게 하니~ 저렇게 하니~ 해도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건 대한민국에선 공식처럼 적용되지요. 내 아이, 우리 아이, ... 영어권 외국인과 대화 할 수 있게 외국어학원, 원어민학원 보내려고 안달하지요. 잘못된 공교육 목표 설정으로 학부모 허리만 휘게 되는 거지요. 그 사교육비의 기회비용은 또 어떻고요.

8.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말 배우고, 한국인이 외국 나가면 외국어 배우고...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필요하니까 배우는 거지요. 이 경우, 앞서 적었던 교과서적 문답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거주를 목적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요. 아니, 이민을 간다 하더라도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해서 이민을 갈 수는 없는 일이죠. 이민을 가서 배우는 측면도 만만찮게 크니까요. 어쨌든, 방문하는 어떤 나라의 말로 일정 정도의 대화를 하는 것...은 그냥 단기간을 투자해서 배우면 될 일이지, 공교육의 목표가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9.
근본적으로 파고 들면, 대한민국 사람은 대한민국말로 사고합니다. 사람은 모국어로 사고하니까요. 우리말을 이용하여... 사고를 정교화하고 체계화하고 논리화하는 그리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 그런 쪽에 공교육의 목표를 두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되도 안하는... 그리고 말도 안되는... 어린애같은 발상의... 허구적인... 2mb 영어공교육 정책은 집어치우고~! 말입니다.





2008 0325 화 10:10 비프리박


p.s. 1
글 폭 조절과 이미지 서명 삽입. revised at [ 2009 0222 일 17:00 ]

p.s.2
당분간 공지글의 형식으로 목록보기 최상위에 올려두겠습니다. [ 2010 0308 월 04:15 ]
[ 2010 0321 일 23:00 ]에 최상위에서 내립니다, 다시 원래의 날짜로 되돌릴지는. ^^

p.s.3 [ 2010 0308 월 04:15 ]
이 글을 쓴 지 2년이 되어가건만 2mb 정부의 하는 짓은 똑같습니다.
공교육을 논하는 자리에서 허구적인 '실용영어'를 계속 들먹이고 있고, 이젠 제2외국어를 아예 수능에서 빼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군요.
- 교과부의 '닭짓은 계속된다. (기사보기)
- 제2외국어 수능에서 빠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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