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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반해 2권을 읽었고 2권은 또 3권을 찾아 읽게 만들어버린 '당신들의 대한민국' 시리즈의 2권.
1. 이 책은?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제2권은 총 4부 그리고 10개의 테마로 짜여진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숭미주의와 일상적 권위주위를 다룬 1부도 좋고, '합리화된 폭력'의 사회를 파고든 2부 병영국가 대한민국도 좋습니다. 저에게 무려 '개안'씩이나 제공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룬 3부 '또다른 대한민국'은 압권이었고, '보수를 넘어' '세계에서 진보를' 배우자고 설파한 4부 '진보의 창'도 참 좋았습니다. 그 외에,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 갖게 된 큼직한 느낌이 셋 있습니다. 1) 대한민국 사회가 각 부문과 측면에서 제발이지 하루 속히 '근대성'을 획득했으면 한다. 2) 그리고 그것을 필사의 의지로 가로막고 있는 세력으로서의 '저들'이 있다. 3) 하지만 그래도 역사에 관한 한 '우리들'은 거시적 낙관론을 갖자. 2. 외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노예인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선진권의 경제 복합체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단기 노동력‥‥ 거의 전 사회적 규모의 비제도적─그러나 ... 일부의 나라에서 이미 제도화된─따돌림의 희생자가 된 비서구 계통의 상주 외국[인 노동력]‥‥ 그들과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세에 ... 공통점은 물론 두말할 것 없이 경제적인 착취와 상징적인 착취, 즉 문화적 배제 등이다. * [ ]은 비프리박.
(199쪽, '이방인들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한국경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이제 대한민국 경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굴러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박노자가 이 지점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과연 우리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일상의 차원에서 그들을 얼마나 인간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3D 업종에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그들을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릴 수 없게 한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가 아니냐는 반문...! 이에 대해 저는 솔직히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아니다'라고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3. 사회적으로 하기 힘든 일은 언제나 '일반 백성'들의 몫인가 한국의 부르주아 매스컴들은 하나같이 서양 귀족-유산층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지위에 비례하는 의무감)를 극구 찬양한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때 군대 대량 지원으로 그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과시한 영국 귀족들이 대부분 고학력자로서, 사망률이 훨씬 낮은 장교층에 편입됐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130쪽, '합리화된 폭력의 사회'에서) '신성한 병역'을 제도권 언론을 통해서 들먹일 때, 그들의 기만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박노자는 말합니다. "징병제가 만들어질 때부터 현재까지 그들에게 병역이 언제 한번이라도 '신성'했는가?"(131쪽)라고 되묻고, "그들의 자녀들이 [군대]면제를 안 받았다고 해서 현대판 '백성'의 아들과 같이 철원군에서 겨울 추위에 떨면서 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130쪽)라는 지적을 합니다. 어쩌면 '일반 백성'들이 앞으로도 계속 불평없이 '군역'을 짊어지도록 만들기 위해 떠들어대는 것이 '신성한 병역'의무 운운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기 위해 들먹이는 것이 (위에 인용한) 알맹이 없는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 노동자는 천덕꾸러기인가 만민 평등의 근대적 세상에서 노동자를 '실패자'로 다루고 학력에 의한 '출세'를 절대시하는 이데올로기 ... / 노동자를 '저주받은 자'로 만든 것은 비참한 현실적 문제 외에도 학교 교육을 통해 재생산되는 담론이기도 하다. (172쪽)
우리가 북유럽만큼이나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바르게 대우해주는 사회를 만들자면 우리의 역사 이해 역시 노동과 농민 수공업자, 기술자, 노동 그리고 피지배민의 문화 및 투쟁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73쪽). (172쪽, 173쪽, '이방인들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월급쟁이 노동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그런 상황 속에서 노동에 대한 천시, 노동자로서의 삶에 대한 무시는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노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이고요. 오히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간다면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삶에 대해서 존중하고 바르게 대우해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지요.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저들'이 불어넣는 것은 허위의식이고 '우리들'이 내면화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자기부정 또는 자기비하가 아닐까 합니다. 5. 외국인에 대한 포용은 거기까지? 백인까지만? 2002년 6월 월드컵 때 한국에 가서 목격한 '히딩크 현상' ... 일부 언론은 그 현상을 놓고 혈통적 민족주의의 극복, 열린 민족주의로의 전환의 효시라고 외쳤다. ... (212쪽)
현재 한국의 관료-자본가들은 말하자면 한쪽으로만 열려 있다. 히딩크에게 '명예 국민증'을 준 그들은, 현대판 노예와 다르지 않은 외국인 미등록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 허가'를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 (213쪽) (212쪽, 213쪽, '이방인들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티비에서 어떤 실험적인 프로그램이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다룬 것이 기억납니다. 유럽계 백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이 길을 묻는 것이었는데요. 백인의 경우 두리번 거리기만 해도 먼저 영어를 써가며 길을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흑인의 경우 길을 물으려 해도 그가 무슨 '불가촉천민'이라도 되는 양 오던 길을 돌아서 그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일상적인 차원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포용'은 백인까지만(!)을 보여주는 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 인용한 박노자의 지적은 공식적인 차원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포용'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非)백인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배제와 차별로 일관하면서 히딩크 같은 백인에게는 주저없이 명예시민증을 주는 행위, 이보다 더 극명한 대비가 있을까 싶습니다. 6. 역사에 대한 낙관론 그리고 차별과 억압에 관한 비관론 문제는 장차 비정규직이 되어 미래가 없는 생활을 살아야 할 평민들에게 일본식의 규율 훈련을 계속 시키지 않는다면, 그들의 피땀으로 미국 부자들의 생활 양태를 열심히 흉내 내고 있는 자들이 언젠가 혁명의 화염에 휩싸이는 이 땅을 급하게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9쪽, 서문 _ '세계화의 향연,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자들'에서) 책의 이곳저곳에서 박노자가 보여주는 또다른 하나는 '역사에 대한 낙관론'입니다. 없는 사람,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 ... 그들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써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이지요. 그리고 그들을 차별하고 억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세력이 맞이하게 될 불행한 운명이라고 하는 비관론이 그 이면에 점철되어 있고요. 가끔은 '혁명'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이 '혁명'이든 아니든 인류의 역사가 그 방향으로 변화하고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문제는 앞으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일텐데 박노자는 그에 대해 책 전체를 통해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2011 0218 금 21:35 ... 21:45 & 23:55 ... 00:35 비프리박
2009 0324 화 04:30 ... 05:45 원글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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