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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이 장악한 제도교육과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미디어에 의해 ... 채워지는 의식세계는, 특히 한국처럼 제도교육이 민주화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스스로 책을 읽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지배세력이 요구한 것만으로 채[워지]게 된다. * [ ]는 비프리박. (25쪽, <네 가지 경로>에서) 홍세화라는 이름에서, 이 책의 제목을 생각의 '좌'표로 읽었습니다. 생각의 '左'표! 급격히 '퇴보'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의 대한민국에는 '생각의 우표'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의 '右'표! 이럴 때일수록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생각의 '좌'표는 더욱 필요합니다. 홍세화, 생각의 좌표: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한겨레출판, 2009. * 총 244쪽. 홍세화의 전작들을 이미 읽었던 터라, 내심 기대를 걸었던 책입니다. 홍세화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생각할 때 서글프지만, 내용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기간 독파를 해버렸네요. 244쪽에 2.5일. ^^ 다음북 서평단 미션 도서로 2009년 12월 13일(수)에 선택하고, 2010년 1월 15일(금)에 수령한 책입니다. 다음북 서평단 책이 더디 도착한다, 라는 생각을 해오던 차였는데, 결국 수령에만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구 행성 어디서 보내도 한 달 넘게 걸리는 일은 없건만 어찌 된 건지. 읽는 것은, 1월 19일(화) 퇴근길에 시작해서 1월 22일(목) 퇴근길까지, 2.5일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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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좌표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의 한국 사회 바로 보기! ▩
홍세화의 전작에 이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은 2009년 출간 에세이집 「생각의 좌표」.
그의 처녀작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그리고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빌려 읽어서 없고,
「빨간 신호등」은 아직 못 읽었군요. 아마도 읽게 될 듯.
1. 이 책은? 홍세화는? 이 책에는 홍세화가 한국사회에 관해 쓴 28꼭지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기존에 쓴 글이 대부분이지만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 써서 끼워넣은 글도 있다고 합니다(5쪽). 홍세화의 매력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바로 본질을 건드린다는 점 같습니다. 망명을 택해야 했던 프랑스에서 체류한 시간이 길다 보니, 한국사회에서는 '좌파'라 불러 마땅한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홍세화의 책은,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배우는 것도 많지만, 대략 비슷한 관점이어서 좋습니다. 게다가 홍세화의 책에서는 생각의 깊이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사실, 이런 것이 없다면 책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그쵸? ^^ 에둘러 말하지 않기, 비슷한 관점의 생각들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음과 같은 지적입니다. 남달리 형성한 '교육자본'을 통해 성공한 엘리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잘것없음'이라면 이 사회는 참담할 정도로 보잘것없다. ... 검사는 국가의 엘리트들인데 '법 정의'의 파수꾼이 되라는 소명을 받은 그들이 삼성왕국이 던져주는 떡값을 받아 챙기고 그 경비견이 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123쪽, <보잘것없음>에서) '경비견'이란 말에서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비슷한 취지의 다른 지적도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무척 어렵지만, 어렵사리 개천 출신이 용이 된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개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66쪽). 바로 제 생각을 글자로 바꾸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2. 학벌체제는 평생학습의 무덤 학벌체제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평생 교육을 멀리 하게 한다. 만 18세에 인생의 서열이 거의 정해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구성원은 일생 동안 기껏해야 두 번 공부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한 번, 임용이나 취직하기 위해 한 번, 남과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두 번 긴장할 뿐, 자기성숙을 위한 모색과 긴장은 거의 죽은 사회다. (50쪽, <서열>에서) 아주 적은 권수의, 대한민국 국민의 1년 평균 독서량에 관한 기사가 올라올 때, 한국 사회의 학벌체제를 떠올려야 맞습니다. '위너'가 된 사람은 이제 '위너'이기 때문에 독서나 학습이 불필요하고, '루저가 된 사람은 이미 '루저'이기 때문에 독서나 학습이 무의미하다고 느끼죠. 홍세화의 '대한민국 사람은 평생 두번 공부한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습니다. 물론, '의식'이 있고 깨어 있는 사람은 예외일테지만요. ^^ 3. 유럽의 보편적 가치 대학 무상교육, 한국에선 불온한 사상? 지금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자랑한다. 유럽 나라들이 대학교육을 무상 또는 준 무상으로 한 때가 1인당 국민소득 수준 1만 달러 이전이었음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물적 토대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도 남는다. ... 그런데 무상교육제도가 아직 먼 꿈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 안보의식을 통하여 무상교육제도를 불온한 사상의 요구인 양 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62-63쪽, <복종>에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으로만 보면 이미 대학 무상교육을 하고도 남음이 있는 경제수준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겠죠. 대한민국의 '주류'라 불리는 지배계층한테는요.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가진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만 아는 사익집단이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익을 사회적 자원으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불온'하다고 딱지를 붙이는 것이지요. 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공세적으로 국민들에게 그걸 '세뇌'하는 겁니다. 유럽에선 보편적인 가치가 대한민국에 오면 '빨갱이' 사상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 것일까요. 4. 사회적 존재에 걸맞는 의식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라!?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뜻은 단순명료하다. 자본가는 자본가의 일상과 이해관계에 따라 자본가 의식을 갖고, 노동자, 농민은 노동자, 농민의 일상과 이해관계에 따라 노동자, 농민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 중 노동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74쪽, <탈의식>에서) 평소 해오던 제 생각을 홍세화의 글에서 읽습니다. 제 생각으로, 사람들이 제발 좀 자신의 처지에 맞는 정치적 입장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강남 땅부자' 정당에 투표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수많은 이 땅의 서민들이 '사장님'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적 입장을 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지배계층이, 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세적으로 그걸 막고있는 것이라 봅니다. 자신의 사회적 존재에 걸맞는 사회 의식을 갖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5. 그런데 왜 반노동적 삼성의 제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나요? 10년 전 아직 프랑스에 머물 때 민주노총 활동가와 프랑스의 SUD(연대 단결 민주)노조 활동가와 만났을 때의 일이다. 민주노총 활동가가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관철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어려움을 피력했을 때 SUD노조의 여성 활동가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삼성 제품을 구매하나요?" (148쪽, <쓴소리>에서) 온갖 반노동적 원칙과 조치를 휘두르고, 갖은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도, 그리고 그 회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져도,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그런 반문을 던지게 됩니다. SUD노조 활동가의 의아함이 비단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만 국한될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의 일상 생활과 사고방식에 좋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한국사회를 바로 바라보는 홍세화의 관점이 녹아있는 28개의 글을 묶은 책. - 홍세화는 한국사회를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 에둘러 말하지 않고 똑바로 치고 들어가는 홍세화의 글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 우리 모두, 사회적 존재에 걸맞는 사회적 의식과 행동을 갖기를 바라는 홍세화의 소망은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 될 때, 사회가 바로 가는 것이 아닐까요. - 극우로 치닫는 '사회의 右표'를 바로잡기 위해선 이 책 같은 '생각의 左표'가 필요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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