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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무르의 짤막한 정의에 따르면, 시위는 '발로 하는 투표'다. 이 발로 하는 투표를, 제도권력이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제도권력은 자신의 원칙, 가치관 그리고 고유의 권한 따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느낄수록 시위에 난폭하게 대응한다. ... 지난해(=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일어난 촛불시위와 이에 대한 공권력의 대처 방식은 시민들에게 이 정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 (   )는 비프리박.
(181쪽, <마리 블롱도, 메이데이의 요정>에서)


한때(?) 참 친숙했던 고종석입니다. 고종석의 글에는 생각의 결이 있습니다. 참 즐겨 읽었던 고종석입니다. 그런 고종석이 더군다나 '여자들'에 관해 적었다니 더더욱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고종석, 고종석의 여자들, 개마고원, 2009.   * 총 283쪽.

고종석 특유의 유려한 문체, 생각의 결과 사고의 깊이도 좋았지만, 고종석의 이 책을 읽은 저에게 세상은 한 뼘 정도 넓어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공감과 감정이입을 통한 감동도 좋지만, 독자의 '세상'을 조금이나마 넓혀준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겠지요.

2010년 들어 자제심을 깨고^^ 위드블로그에 서평 리뷰어 신청 했던 책입니다(1월 14일).
"... 고종석이란 이름만으로도 책을 구입한 기억이 살포시 납니다. 게다가 그게 <여자들>에 관한 책이라면 더더욱 읽고 싶어집니다. 세상의 절반이자 생명의 원천인 여자에 관해 고종석은 어떤 아름다운 글로 적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설렙니다. ..." (해당페이지 보기)
고종석은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저 나름의 저자 별 책읽기는 높은 신뢰도와 만족도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물론 배신을 당하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만. ^^a

2010년 1월 19일(화) 택배 수령했고, 1월 26일(화)부터 읽기 시작해서 1월 28일(목) 읽기를 마쳤습니다. 고종석의 필체 때문인지 저의 호기심 때문인지 저의 1일 독서량이 늘었습니다. 하루 대략 100 페이지씩 읽었으니까요. 283쪽을 대략 이틀 반나절 만에 뚝딱 해치웠습니다.


여자들 - 10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시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고종석의 여자들, 세상의 절반에 관한 이야기, 사회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


몇년전까지 친숙했던 고종석이 현재진행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꽤나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생각의 결,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고종석의 글이 참 좋습니다.


 

1. 이 책은?

사회와 문학과 언어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고종석이 적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고종석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종석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고종석의 생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여성 34명을 엄선하여(?), 그의 삶과 사상과 실천에 관해 고종석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앞서 적었듯이, 그의 이 책을 읽은 후, 저에게 세상은 한 뼘 정도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그럭저럭 좀 알고 있는 여성, 조금 알고 있는 여성, 이름만 알고 있는 여성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여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 모두를 연결고리로 해서 풀어놓는 고종석의 생각이 참 좋습니다. 고종석의 매력이지요.

한가지 이 책의 '흠'을 잡자면, 참고문헌이 없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인용과 요약이 등장하는데, 책의 말미에라도 참고문헌을 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의 독서 풍토나 출판 문화에서 이것은 저만의 희망사항일까요?


 
2. 고종석다운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티셔츠에 아로새겨진 게바라는 체제의 안녕을 전혀 위협하지 않으면서, 진보, 혁명적 낭만주의, 세련된 지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것은 지적-도덕적 데커레이션이었고, 이상주의자의 거짓 신분증이었다. 그래서 체제는 게바라 바람을 내버려두었다. ... 체제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자본에 빨려 들어간 게바라라는 이름은 임박한 혁명의 표징이 아니라 사라진 혁명의 전설이었으므로.
(13쪽, <로자 룩셈부르크, 혁명과 사랑의 불꽃>에서)

우리가 주변에서 이렇게 저렇게 접할 현상들. 고종석의 글은 그것을 꿰뚫어 보는 그의 생각이 있어서 좋습니다. 이 책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 예로서 위에 인용한 부분은 그런 고종석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혁명과 체 게바라 현상에 대한 고종석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감히 독자인 저의 생각을 고종석이 글로 적었다고 말한대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3. 고종석의 글에는 생각의 결이 있다

최진실은 내게 다른 자살자들과 어떻게 달랐을까? 곰곰 생각 끝에 나는 그 다름을 찾아냈다. 최진실은, 다른 자살자들과 달리, 내 가족이었다. 내 안쓰러운 누이였다. ... 그녀는 번번이 누군가의 가족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언니이거나 엄마이거나 처형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연인의 얼굴이 아니라 가족의 얼굴이었다.
(23-24쪽, <최진실, 21세기의 제망매>에서)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간혹 생각의 '다름'이 아닌 생각의 '결'을 선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대상을 두고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면을 콕 집어낼 때 특히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예로서 인용한 위의 최진실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가히 '자살 신드롬'이라 할 사회적 현상까지 불러일으킨 최진실의 자살을 두고, 저는 다소 의아해 하고 시큰둥해 했습니다. 그런데 '최진실이 가족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라는 고종석의 생각을 접하자, '아!'라는 깨우침 비슷한 것이 몰려들었습니다. ^^a

그리고, 최진실이 왜 자살했을까에 대한 생각은 고종석과 제가 같더군요. "그녀는 충동적으로, 홧김에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밉다"고 적고 있습니다(27쪽).

 
 

 
4.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고종석이 좋다

저명인과 경계인을 겸한 사람은 국적 쟁탈전의 표적이 된다. 마더 테레사도 이와 비슷하다. 알바니아도, 마케도니아도, 터키도 그녀를 제 나라 사람이라고 부를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녀가 인도를 제2의 조국으로 삼아 인도인을 자처한 만큼, 인도인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하기야 테레사 같은 이에게 국적이 무슨 상관이랴? 그녀의 국적은 하느님 나라였을 것이다.
(161쪽, <마더 테레사, 콜카타(캘커타)의 성녀>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현실. 고종석은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합니다. 동의를 할 사람도 있고 하지 못할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그의 생각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게 맘에 듭니다. 그리고 사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예컨대, 마더 테레사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 라고 했을 때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쟁점(?)으로 비화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고종석의 "테레가 샅은 이에게 국적이 무슨 상관이랴? 그녀의 국적은 하느님 나라였을 것이다"와 같은 언급은 지극히 합리적인 동시에 독자인 저를 미소짓게 합니다.
 
 

 
5. 사람에 대한 생각, 인간에 관한 사유

우리가 냉철히, 객관적으로 살피면, 호모사피엔스는 그리 매력적인 동물이 아니다. 그 내면까지 아름다운 동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예외도 있고 정도 차이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비열하다. 한마디로 추하다. 우리가 그 내면까지 아름다운 동물이 될 수 없다면, 그 내면의 추함을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제어하고 치장하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217쪽, <후지타 사유리, 엽기:자유의 씨줄과 사랑의 날줄>에서)

고종석의 '여자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어차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고종석의 글에는 '사회'가 있고 동시에 (그러므로?)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있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에 관한 고종석의 분석은 매우 차갑지만 그의 시선은 매우 따뜻합니다. 분석은 '냉'철한 것이 좋고, 시선은 '온'화한 것이 좋습니다. '냉온' 양면의 겸비가 어려운 것인데, 고종석은 그 둘을 잘 조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티비를 통해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후지타 사유리에 관해서 역시 냉온이 조화된 '사람' 이야기를 합니다. 고종석은.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고종석이 적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
- '고종석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종석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
- 고종석의 생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여성 34명을 엄선하여(?),
  그녀들의 삶과 사상과 실천에 관해 고종석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
- 고종석의 이 책을 읽은 후, 저에게 세상은 한 뼘 정도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 이 책에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고종석의 생각 외에도, 생각의 깊이와 결이 느껴집니다.
- 분석은 '냉'철한 것이 좋고, 시선은 '온'화한 것이 좋지만, 그 '냉온' 양면의 겸비가 어려운 것인데, 고종석은 그 둘을 잘 조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한가지 이 책의 '흠'을 잡자면, 책의 말미에라도 참고문헌을 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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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129 금 00:20 ... 00:40  인용입력
2010 0201 08:30 ... 09:30 & 13:00 ... 13:30  비프리박
 
 


"본 도서는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하는 서평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위드블로그나 출판사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임은 물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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