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매일 전철로 출퇴근을 합니다. 편도 기준, 1호선을 20분 정도 타고 4호선을 15분 정도 탑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걸 보고 듣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잘못한 거라면 그들과 같은 칸에 탔다는 겁니다. 안 되겠다 싶으면, 같은 칸에서 좀 멀리 가거나, 아예 다른 칸으로 옮깁니다. 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다른 칸으로 과감히 옮기는 게 어렵지 않지만 운 좋게 자리에 앉은 경우에는 몇 초 갈등하게 됩니다. 옮겨? 그냥 참고 앉아서 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힘든 사람들, 최악의 다섯을 적어봅니다. 제발이지 세상에는 공공 예절이라는 게 있다는 걸 좀 알아줬음 좋겠습니다. |
▩ 지하철에서 견디기 힘든 다섯. 공공 예절이 아쉬운, 짜증나는 worst 5. ▩
{ worst #5 } 술냄새 혹은 악취.
술 마신 후일까. 과음한 다음날일까.
땀을 많이 흘린 걸까. 그게 여러 날 반복된 걸까. 너무 오래 씻지 않은 걸까. 씻기를 싫어하는 걸까. 제가 술을 거의 안 마셔서, 그리고 마시더라도 다음날 술 냄새 날 정도로 마시는 일이 없어서, 가 아니어도(!) 옆 자리에 앉은 '술꾼의 냄새'(-.-);는 정말 역겹습니다. 정작 본인은 모르는 걸까요? 또한, 옆자리에 누가 앉았을 때 강렬한 땀 냄새가 훅 하고 끼쳐 오는 거, 그리고 오래 씻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거, 이것도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오래 치우지 않은 동물들 분뇨 냄새 비슷한 걸 풍기는 분도 있습니다. 고통스럽습니다. { worst #4 } 쩍벌남.
쩍벌은 대부분 남자입니다. 쩍벌남. 자신의 허벅지가 남의 허벅지에 닿았음을 모르는 걸까요? 자신의 몸이 닿는 걸 남은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다 알면서도 시도하는, 영역확보를 위한 몸부림인 걸까요? 한번은 쩍벌남 옆에서 저도 쩍벌남이 되어 복수를(?) 하려고 했더니 이 쩍벌남이 다리에 힘을 주고 있더군요. 무슨 경계 태세인 건지. 또 한번은, 제 오른쪽 허벅지에 닿는 게 싫어서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 쩍벌남 옆 자리에 어떤 여성분이 앉았다 일어나서 딴 자리로 옮기고, 또 어떤 여성분이 앉았다 일어나서 딴 자리로 옮깁니다. 이 쩍벌남은 급기야 자신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싶은지 냄새를 맡아보더군요. "이 멍청한 작자야! 문제는 냄새가 아니라 당신의 허벅지라고!" { worst #3 } 고성! 통화 또는 대화. 자신의 통화 내용을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어 안달난 걸까요? 지금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상태임을 알아달라는 걸까요? 가는 귀가 먹어서 자신의 목소리가 가늠이 안 되는 걸까요? 옆자리에 앉은 동행과 하는 대화에 그리 큰 목소리가 필요한가요? 자신의 휴대폰 통화 목소리가 공사장 소음을 능가할 정도의 데시벨을 기록하고 있음을 본인만 모르는 것인지, 같은 칸에 탄 사람이 통화 내용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러 댑니다. 같은 칸에 탄 사람들한테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옆사람과 대화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떠드는 내용과 목소리의 크기가 타인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어찌 모를 수 있는지 말입니다. { worst #2 } 잡상인. 전철에서 뭔가를 파는 잡상인들. 때로는, 릴레이라도 하는 것인지, 누가 팔고 가면 또 다른 누가 건너옵니다. 한 아저씨가 건강 양말에 대해 떠들고 앞 칸으로 옮겨가면 이제 한 아주머니가 건너와서 관절 보호 압박 붕대에 대해 떠들어 댑니다. 잡상인 릴레이라고 해야할까요? 환승역에서 갈아타기 전까지 8 정거장을 이동하는 20 여분 내내 너댓 명이 이어달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젠가 4호선에서, 허리에 휴대용 스피커를 차고서 마이크로 떠드는 잡상인을 봤습니다. 남의 귀는 보호 대상이 아니고 자신의 목만 보호대상인가요. 낮 출근하는지라 승객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뚝뚝 떨어져 앉아 열차 안이 정말 조용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 적막을 깨고 뭔가 팔기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이 분들은 진짜 분위기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가끔, 수다쟁이 여중생, 여고생들이 떼 지어 타갖고는 그 전철칸을 전세낸 듯 떠들고 웃어댈 때, 그 여학생들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하는 잡상인을 봅니다. 주객전도 종결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잡상인들도 생계가 있고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만 전철 타고 가는 사람들도 좀 생각을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코레일이나 메트로 측은 객차 내 상황이 잡상인들 때문에 어떤 지경인지 모르는 걸까요?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걸까요? { worst #1 } 전도. 어떻게 하면, 지하철에 올라서 사람들을 가르칠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어찌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 저런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아무 관계도 없는 남에게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떠들 수 있는 건지. 전철에서 자신의 종교를 유포한답시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입니다. 대단한 소명의식 나셨다, 그죠? 이 사람들은 전철에서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천국과 구원을 이야기합니다(같은 칸에 탄 사람들의 청각이나 좀 구원해줘, 제발!). 이 잘난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사회가 썩어문드러졌다고 하고 북한과 빨갱이 척결을 외칩니다(그냥 너만 잘하면 되세요!). 왜 같은 칸에 탔다는 죄로 후각에, 청각에, 허벅지에, ... 고문을 당해야 하는 걸까요. 이어폰 장벽으로 해결 가능하다면 조용히 가방에서 핸드폰 이어폰을 꺼내 노래를 듣지만, 이어폰 쉴드로 안 될 때에는 다른 자리나 옆 칸으로 옮깁니다. 빈 자리가 있어 운 좋게 앉았다 하더라도 과감히 그 행운을 포기합니다. 같은 칸 다른 곳에 빈 자리가 있을 때는 그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고 그냥 멀리 떨어져 서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로 피해지지 않는다면 아예 다른 칸으로 옮기는 때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봅니다. ○ 상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 1 - 위의 모든 게 한꺼번에 발생하는 거. ○ 상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 2 - 한 가지 이상 매일 일어나는 거. 한꺼번에, 혹은 한꺼번에가 아니라도 매일,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면 다른 출퇴근 방법을 택하겠죠. 다행히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느 쪽으로도 발생하지 않아 오늘도 전철을 타고 출퇴근합니다. 2011 0715 금 18:15 ... 18:20 시작이반 2011 0715 금 21:00 ... 21:50 본문작성 2011 0719 화 06:00 ... 06:30 비프리박 |
반응형
'소통1: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방청소의 역설? 살며 발견하는 엇비슷한 아이러니 셋. - 청소, 습관, 운동의 공통점? ▩ (18) | 2011.08.03 |
---|---|
▩ 아무데로도 떠나지 않은 여름휴가. -.-; 여름휴가를 여행도 관광도 하지 않고 보낸 이유. ^^a ▩ (26) | 2011.07.31 |
▩ 소소한 일상:여름 휴가 일정. 드레싱(dressing)? 그리고 LG U+ 유플러스 인터넷. ▩ (14) | 2011.07.21 |
▩ 낮 출근 지하철 풍경, 휴대용 디스플레이 장치의 용도? 스마트폰, 아이패드, 갤럭시탭, ... ▩ (16) | 2011.07.15 |
▩ 레드 와인의 매력? ^^ 맥주 깔루아 매실주를 거쳐 포도주에 정착 중. 보헤미안, 람브루스코. (19) | 2011.07.10 |
▩ 이럴 때 책은 안습! 이런 책은 구입하기도 읽기도 싫다. 구입한 건 파본 반품-교환을? ^^a ▩ (32) | 2011.06.30 |
▩ 또 한번의 매실청 담그기. 매실원액 만드는 법, 매실청 담그는 법. 매실청에 곰팡이 생겼을 때. (16) | 2011.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