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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그날도 (인쇄소 식자공) 장인하는 지하실 작업장에서 글자 맞추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그는 구부렸던 허리를 폈다. 이 시간이면 그는 늘상 가벼운 산책을 했다. ... 장인하는 지하실 계단을 올라와 뒷문으로 통하는 복도로 느릿느릿 걷는다. ... 그러나 5월 18일 그날은 달랐다. 그가 막 뒷문을 여는데 거친 숨소리와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세 남자가 막다른 길의 담벼락에서 파랗게 질려 있었고, 그들을 향해 곤봉과 총을 움켜쥔 두 군인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달려든 군인들은 총의 개머리판과 곤봉으로 남자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비명과 함께 붉은 핏물이 튀어 올랐다. 장인하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렀고, 두 군인은 몸을 돌렸다.

* 정찬, <완전한 영혼>에서, 공선옥 외 7인, 꽃잎처럼(도서출판 풀빛, 1995), 71쪽.



살인마, 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인간도살자, 학살자, 면 족합니다.
인간도살자에 의해 죽어간 수많은 남녀노소를 생각합니다.
인간도살자는 여전히 고개 빳빳이 쳐들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는데
이들 넋은 아직도 '폭도'라는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도살자는 천수를 누리며 떵떵거리며 살아서의 천국을 누리는데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한 이들 넋은 아직도 '당해 쌌다'는 테러를 당합니다.



학살자 무리과 그들의 후예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세상을 주무르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을 만들어냅니다.
학살자 무리는 여전히 숭배되고 있고 학살 당한 넋과 가족들은 신음하고 통곡합니다.
학살의 장본인들이나 그들의 후예, 후배들은 반성한 적이 없건만
학살의 피해자와 유가족은 용서를 강요 받습니다.
용서는 사죄에 대한 응답이지 피해자에게 강요할 그 무엇이 아닙니다.


어떤 무뇌아들은, 자신을 도살자 집단의 일원이라고, 권력의 일부라고 착각하고서 인간도살자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도살자의 후예이기를 자처합니다. 이 무뇌아들의 심리와 논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하면 항상 가해자 편, 힘 센 놈과 약자가 등장하면 항상 힘 센 놈 편, 돈 깨나 있는 놈과 없는 사람이 등장하면 항상 돈 있는 놈 편입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 단죄하지 못한 과거가 빚어내는 슬픈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악을 정의라 하고 선을 부정이라고 떠드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영원히 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31년 전 5월, 꽃잎처럼 스러져간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것이 적잖이 그들 덕분임을 새삼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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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518 수 16:00 ... 16:5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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