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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M. 타벨이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잡지에 연재하지 않고 [또한] 잇달아 관련 기사를 집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날 존 D. 록펠러를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존경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때 미국인이 가장 경외하는 인물이었던 록펠러는 타벨의 폭로기사 이후에 악당 취급을 받게 되었다.   * [   ]는 비프리박
(이 책, 416쪽, <16. 그 이후 그들의 인생>에서)


'한 저널리스트가 스탠더드 오일 같은 거대 독점재벌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동했습니다만 다른 한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미들 네임으로 쓰고 있는 미네르바가, 2008년 가을 무렵부터 한국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던 '미네르바'를 연상시키긴 했지만, 또한 황혼 무렵에 비로소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타벨에 관해선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과 그 회사의 존 록펠러와 심상찮은 악연이었나 보다, 하는 짐작과 호기심만 갖고 있었습니다.
  
스티브 와인버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쓰러뜨렸나, 신윤주 & 이호은(옮김), 생각비행, 2010.   * 총 463쪽.
* 원저 - Steve Weinberg, Taking on the Trust : How Ida Tarbell Brought Down John D. Rockefeller and Standard Oil, 2008.

책을 펼친 후 그녀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 현대사, 미국 경제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삼성을 생각한다>의 관계 그리고 거대 공룡기업 삼성과 김용철의 관계를, 미국 경제와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의 관계 그리고 거대 공룡기업 스탠더드 오일과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관계와 포개놓고 싶은 심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2010년 11월 17일(수)부터 읽기 시작해서 꼬박 일주일을 읽었습니다. 대략 하루 60~70쪽 정도씩 읽은 셈입니다. 사무실에서 바쁜 시즌이 시작되고 몸은 전철에서도 잠을 요구하는 때가 자꾸만 늘어, 독파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귀가 후 집에서 독서를 하지 못하는 시기인 것도 독파에 일주일이 걸린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즉, 맘 같아선 빨리 읽고 싶었던 그런 책이라는 겁니다.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10점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 / 생각비행

 *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시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김용철 변호사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스티브 와인버그가 쓴 역작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타벨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타벨이 쓴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 또한 읽고 싶게 만듭니다.


 

1. 이 책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쓴 책이 아니고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 관해 쓴 책입니다. 타벨에 관해서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타벨의 탐사보도 대상이 된 스탠더드 오일의 거두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삶과 비즈니스를 타벨의 삶과 업(業)에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타벨을 단독으로 내세운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에 비해 <Taking on the Trust>라고 뽑고 있는 원저의 제목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면 번역서의 제목을 타벨과 록펠러를 병치시키는 것으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스탠더드 오일을 겨눈 여성 언론인
 
의문의 여지 없이 이 시기에 도드라진 가장 큰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거대 기업의 역할이었다. 타벨은 거대 기업의 탐욕을 보았다. 또한 거대 기업이 곤경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보이는] 무관심한 모습도 보았다. 스탠더드 오일과 같은 거대 트러스트의 부산물은 민주주의와 대치하는 듯했다. 타벨은 숙고했다. "트러스트는 덜 노골적이지만, 잠재적으로 보면 노예제도보다도 교묘하고 위험하지 않은가?"
(318쪽, <11. 폭로적 사고방식>에서)

타벨은 <매클루어 매거진> 독자를 향해 이렇게 썼다. "이렇게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어둠 속에 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대중은 록펠러가 어떤 사람인지 알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엄숙한 의무를 이행하는 일 외에 삶을 향상할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
(372쪽, <14. 인격의 문제>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거기다 대고 동기를 개인적 이력 혹은 이러저러한 가족사 쪽으로 몰고 가는 편협함을 보이지만, 당사자가 대의를 택한 사실을 희석시키지는 못합니다. 타벨은 스탠더드 오일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추악한 경영 기법과 행태를 들춰 냅니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탐사 보도'라는 미국 언론사의 새 장을 열어젖히면서 말이죠. 현대 미국 경제가 자리 잡게 된 데에는 타벨의 보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의 작업을 20세기 초 미국에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한 셈인데요. 그녀의 결단과 실천이 얼마나 힘들고 동시에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 대해 주변에서는 이런 염려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매클루어 매거진>이 기획한 내용을 들은 타벨의 친척과 친구, 동료는 록펠러의 엄청난 재산과 그의 무자비한 성향을 염두에 두고 타벨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만둬, 아이다. 그들은 잡지를 무너뜨리고 말 거야." (336쪽)

 
 
3. 매클루어가 없었다면 타벨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매클루어는 폭로자들의 취재를 자극하고 조직화한 최초의 잡지[<매클루어 매거진>] 발행인이었다. 또한 그는 처음부터 여러 기자의 노력을 하나로 모아 일관되게 미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낸 소수의 저널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362쪽)  

매클루어는 아이다 타벨이 <매클루어 매거진>에 중요한 기고자가 되리라고 예상했다. 타벨은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매클루어의 신디케이트에 기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신디케이트에 판매한 글은 ... <파리의 결혼식날>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254쪽)   * [   ]는 비프리박.

'꽃'도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있어야 '꽃'이 되고, '악기'도 알아주는 이가 있어야 '소리'를 내는 것이겠죠. '타벨'이라는 저널리스트도 그녀의 진가를 알아주는 '매클루어'라는 잡지 발행인이 있어 '역사적' 인물이 된 거라고 봅니다. '역사적'이라는 것은 역사에 남아서 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작업이 역사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역사적인 것이죠.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하자면, 누구나 혼자 힘으로 뭘 해내긴 어렵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인연 만나기 쉽지 않은데 타벨은 다행히 매클루어를 만났습니다. 매클루어가 그녀의 진면목을 미리부터 알아보고 기사를 의뢰했고 그녀의 역량과 노력 또한 그걸 감당할 만큼은 되었던 과정을 보면서 혼자가 아닌 여럿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4. 미국 역사를 알게 해주는 책, 미국 역사 공부에 대한 뽐뿌가 제대로 되는 책
 
석유 산업을 중심으로 적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19세기 미국사, 미국경제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악덕기업'이지만 미국 석유 경제의 정점에 선 스탠더드 오일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이 책은 당시 미국의 언론 현실에 관해 알 수 있는 좋은 사례 연구이기도 합니다. 공부가 공부를 부른다고(응?)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미국 역사를 알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개인적으로 읽었던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서 미국사 학습이 조금은 되었는데 마침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와 일정 부분 겹칩니다. 이래저래 미국 역사에 대한 공부가 뽐뿌를 받았습니다.

 
 

 
5.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쓴 책을 읽고 싶어지는 책
 
이 책을 쓴 스티브 와인버그 역시 궁금하긴 하지만 역시 호기심이 왕 동하는 대상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입니다. 의욕적으로 이 책의 우리말 번역본을 낸 출판사 <생각비행>이 타벨의 명저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1, 2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군요. 현실적으로 호기심이 충족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굳이 번역본이 아니래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이 책은 그녀의 명문(名文)이 궁금해서라도 원저를 읽고 싶은 책입니다. 20세기 초 미국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연 책이자 거대 기업에 대립각을 처음으로, 그것도 제대로 세운 저서인지라 더욱 읽고 싶어집니다.



6. 구성과 오타에 관한 아쉬움

책을 읽어가면서 구성이 좀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시기 역사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오락가락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시기 역사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는 읽었던 앞부분과 대조하며 읽어야 할 때가 간혹 발생합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와인버그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겠지요.

이 책은 두 명의 번역자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졌습니다. 정확히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오타가 등장합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고유명사 읽기에 관한 오류도 간혹 눈에 띕니다. 두 명의 번역자가 책을 반으로 나누어 번역하지 않았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번역자와 편집부가 짊어져야 할 몫이겠지요.

물론, 이런 구성과 오타에 관한 아쉬움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라는 여성 저널리스트의 삶과 업(業)을 알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선 눈 감아줄 수 있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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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03 금 00:30 ... 01:30  거의작성
2010 1203 금 16:00 ... 17:00  비프리박


아이다미네르바타벨어떻게한명의저널리스트가독점재벌스탠더드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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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스티브 와인버그 (생각비행,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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