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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퍼센트의 안전한 직장을 위해 경쟁해봤자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말 그대로 5퍼센트가 전부[이다].
(52쪽, <잊거나 몰라서 생긴 상실>에서)


"88만원 세대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경제는 어떨까.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 혁명론'이라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인가. 게다가 그것이 '비상식적'이기까지 하다면?" 라고, 위드블로그에 리뷰 신청의 변으로 적은 바와 같은 관심과 호기심이 동하는 책이었습니다.

이승환, 고 어라운드: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혁명론, 라이온북스, 2009.  
   * 총 259쪽.



이 책의 리뷰 1편(http://befreepark.tistory.com/806)에 이어서 올리는 리뷰 part 2입니다. ^^
서평이 길어지는 관계로^^; 가독성을 위해, 나누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가 너무 길면 스크롤다운의 유혹이 커지니까요. ^^a

 

      고 어라운드(이승환),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혁명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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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어라운드는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위기에 처했을 때,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날아오르라는 항공 용어. )


 

4.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부족함과 허전함

이 책에서 이승환이 펼치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들에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들에 대해서 느껴지는 부족함과 허전함 또한 적은 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핵심을 콕 찌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아마도 <프롤로그>에서 이승환이 적은 다음과 같은 대목이 현실화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이렇게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정책이 아닌 희망을 찾기 위한 행로다. 희망은 속성상 추상적이다.
(13쪽, <프롤로그>에서)

얼마든지 추상적으로도 핵심을 찌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5. 부족함과 허전함이 '어설픔'이 되어서는 안될텐데...

열정은 영어로 passion이다. 그런데 이 passion이라는 단어 앞에 'com'이라는 접두사가 오면 우리말로 불쌍히 여김, 동정심이라고 번역된다. 직역하자면 이는 '열정이 오다'는 의미인데 우리말로는 '긍휼'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당할 것이다.
(215쪽, <내 안으로 던지는 열정의 출사표>에서)   * 강조는 비프리박.

compassion은 com + passion의 결합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오다'라뇨? 'com'은 '오다(come)'이 아니고(!) 'together'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 계열 접두어입니다. '함께 느끼는 감정' 쯤으로 직역하는 것이 맞지요. 거기에서 '연민, 동정, 공감, ...'의 의미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사실 위에 인용한 영어단어에서 묻어나는 '어설픔'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어딘가 부족한 '어설픔'과 맥이 닿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뭔가를 많이 안다는 듯이 역사적 사실과 어려운 개념들을 동원하지만 그럴수록 어딘가 허전하거나 비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위에서 com + passion을 '열정이 오다'로 해석하는 것과 비슷한 그런 느낌을요.

 
 

 
6. 정치적 양비론 혹은 무비판적 수용의 결과?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소고기 수입 반대일까? 한미 FTA반대인가? 아니면 단지 군중심리에서 느끼는 쾌락일까?
그런 생각에 앞서 주머니 안에 명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의 정당한 시위를 지지한다는 한 정당, 그 정당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미 FTA를 개시했던 바로 그 정당이었다.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그처럼 찬성했던 법안을 정권이 교체된 지 몇 달 만에 반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79쪽, <알면서도 모르는 시대의 문제>에서)

촛불집회와 같은 사회적 격변기에 양비론은 새로운 사회적 역학관계 재편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후에 되돌아 볼 때에도 양비론을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양비론을 들이대는 자신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양비론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회적 지배세력에 대한 편들기로 귀결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걸 이승환 본인은 모르는 걸까요?


한편, 2mb 집권 초부터 불어넣은 뉴또라이(뉴라이트) 계열의 '건국 60년' 용어를 이 책에서 다시 접하게 되는 것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세계 무역 규모 순위 10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 경쟁력 순위 13위, 대학 진학률 84퍼센트, 비교적 빠른 기간 내의 민주화 달성,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화려한 이력이다. 그리고 이 성적표는 건국 60여 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 더더욱 경외와 찬사를 받는다.
(21쪽, <빌어먹진 않을 세대>에서)   * 강조는 비프리박.
촛불집회는 건국 60년 동안 전쟁과 국가 재건, 군부독재와 경제발전의 험난한 시기를 지나온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국민의식을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81쪽, <알면서도 모르는 시대의 문제>에서)   * 강조는 비프리박.

'건국 60년'이라뇨! 거창한 '사회혁명론'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수구지배세력이 불어넣은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part 1의 요약을 가져옴.

-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 가운데, (아마도) 젊은 어떤 사람이 적어본 독백과도 같은 신선하고 발랄한 '비상식적 사회혁명론'.

- 우리가 처한 현실을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우리의 생각을 먼저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이 책의 주장을 요약할 수 있을 듯. 하지만 내용적으로 그것이 뒷받침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간혹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도.

- 이것 저것, 의욕에 넘쳐 건드리고는 있으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 많으며, 날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으나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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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22 일 21:20 ... 22:50  비프리박
2009 1122 일 23:00 ... 23:10  분리작업
2009 1123 월 15:30  예약발행
 
 

 p.s.
"본 도서 리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위드블로그나 알라딘과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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