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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웃을 일이 많습니다. 가르치는 저나 배우는 아이들이나, 의도를 가지고 개그(?)를 칠 때도 그렇고, 별 생각 없이 던지는 서로의 애드립(?)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자폭'(?) 발언을 하는 학생들이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웃음이 폭주(!)하여 잠시 수업을 중단해야 할 때도 있다죠. ^^


전에 올린 바 있는 포스트 ─ 가르치며 웃다 : 황당 개그(?), 황당 발언 (-.-)a ─ 의 후속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포스트를 올릴 때는 꾸준히 올리자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적인 간격이 꽤나 생겼군요. ^^ 우리 모두의 웃음을 위해(!) 좀 분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르치며 웃다> 쪽의 포스트는 글을 적는 사람으로서의 고충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임팩트가 좀 있으려면 재연과 구성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고, 또 포스트의 제목에 중요 대사(punch line)를 적는 일 같은 건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며 웃다 : 놀라운 연상(?), 황당한 추리 (-.-)a



파안대소, 앙천대소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파안대소하는 김혜수. (
사진 출처)


작년 어느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문제 풀 시간을 준 후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H고에 다니는 당시 고3 S군이 옆의 빈 책상 위에 언어영역 교재를 놔두고 있더군요.
문제 풀 시간이 좀 남아있고, 요즘 언어영역 교재는 어떤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책을 넘기면서 요즘 언어영역 비문학 교재의 지문 수준이 높음을 실감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지문에 문제가 하나 딸려 있더군요. 한번 쭈욱 읽어봤습니다.

( 정확히 그 언어영역 교재에서 본 그 지문이 아닙니다. 비슷한 요지의 글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인용한 것입니다. 별 차이는 없을 겁니다. 인용문의 원문을 보시려면
클릭하시면 됩니다.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도로에서 자동차의 흐름은 대체로 파이프 속 물의 흐름과 비슷하다. 물론 유체역학의 결과를 도로의 소통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자의적이고 무책임한 돌출 행동이 소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운전자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통제할 수도 없다.


결국 통계와 컴퓨터 모의실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독일 뒤스부르크 대학의 물리학자 미카엘 슈렉켄베르크 등에 의해 시작된 교통물리학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고속도로를 작은 구간으로 나누어 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운전자들이 원하는 속도까지 가속을 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은 비교적 단순하다. 교통량이 충분히 적으면 자유로운 흐름이 유지된다. 그러나 교통량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갑자기 흐름이 느려지면서 혼잡스러워진다. 충분히 가속을 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서로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모두 구간별 평균 속력만으로도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연휴 기간엔 문제가 달라진다. 도로에서 자동차의 밀도가 충분히 높은데도 자유로운 흐름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운전자들이 비슷한 속도로 함께 달리면 그렇게 된다. 고속도로에 차가 넘쳐나는데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

문제는 그렇게 '동기화'(同期化)된 상태가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함께 달리던 운전자 중 한 사람이 분명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선을 바꾸면 순식간에 끔찍한 정체가 시작된다. 물리학에서 '요동'(搖動)이라고 부르는 사소한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 다음 중 위 글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① 카오스이론   ② 나비효과   ③ 프랙탈이론   ④ 엔트로피 증가 법칙   ⑤ 빅뱅이론

책 주인인 학생은 제 생각과는 달리 ① 카오스이론에 체크를 했더군요.
제가 보기엔 ② 나비효과가 정답인 것 같은데 말이죠. 책 말미의 정답을 확인했습니다.
정답은 나비효과!!! 역시나(!) 제가 생각한 ②번이 정답이었습니다. (녹슬지 않았어! ^^)
역시 주제나 요지는 지문 처음이나 끝에 위치할 확률이 큽니다. ^^ (영어도 비슷합니다.)


어쨌든, 문제 푸는 시간이 종료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비프리박 : 이 문제, 정답이 ① 번 같냐?
책주인학생 : 정답은 분명히 ①번 카오스이론인데 답이 좀 이상해요.
   비프리박 : 왜?
책주인학생 : 일단 나비효과는 아닐 거잖아요. (일단, 정답부터 제외하는? ^^)
   비프리박 : 어째서 그런 거지?
책주인학생 : 본문에 자동차는 나오지만 나비는 안 나오잖아요.
   비프리박 : (뭐라구!!!) 그래서?
책주인학생 : 카오스이론이라고 나와 있지만, 자동차는 카(car)잖아요. '카'오스이론인 거죠.
   비프리박 : 그렇구나.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모르는 게 죄는 아닙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크하하하하핫.
제가 들어갔던 교실이 최하위반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웃음을 부채질했습니다.
나름 공부를 좀 한다는 녀석인데 이런 '자폭' 발언으로 큰 웃음을 주다니 너무 고마왔습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연상(?)이자 황당한 추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카오스(chaos)이론은 '카'(car)오스이론이었던 겁니닷...! 크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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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04 수 12:10 ... 12:45  비프리박
2009 1104 수 09:30  예약발행


p.s.
본문의 문제를 구성하는 다섯개 보기는 원래의 문제와 순서가 다를 수도 있고
한두개는 그 문제의 보기와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수준은 대략 엇비슷합니다. 

파안대소(破顔大笑) - 얼굴에 주름이 생길만큼(일그러질만큼) 크게 웃다.
앙천대소(仰天大笑) - 하늘을 보며(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크게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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