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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선생이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나왔었지요. (2008년 10월 29일과 11월 5일로 확인되는군요.)
퇴근길 네비게이션 DMB로 본방사수^^를 했고, 그후에 메가티비로 다시보기를 했습니다.
황석영 선생을 보면서, 소설 <무기의 그늘>과 단편집 <객지>가 떠올랐고
금단의 땅(이었던) 북한을 방문하고 쓴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도 새록새록 기억이 났습니다.

무릎팍도사 강호동과 건방진 도사 유세윤과 올밴 유승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들으면서,
저의 관심은 그의 살아온 이력 뿐 아니라, 소설 <개밥바라기별>에 쏠렸습니다.
출간된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읽을 생각은 안(못?) 하고 있었거든요. ^^;
관심이 쏠린 이상, 관심이 쏠렸을 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그런 생각하지요. ^^;


어떤 계기로 인터공원^^에서 11월 13일 주문했고, 그렇게 받아만 두고 12월 말까지 밍기적거리다가,
12월 28일(일) 한시간 정도 걸릴-.-;;;노량진수산시장 가는 전철 속에서 읽기 시작했지요.
그후 틈틈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1월 8일에 읽기를 마치게 됩니다.
오래 걸린 건, 두번을 읽었기 때문이라면 믿으시겠습까. ^^   넴. 두번을 읽었습니다. ^^;;;
두번을 읽어도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 책이지만, 재미가 있어서는 아니었고요. (크하하.)
사실, 황석영 선생의 소설이 재미 따지는 류의 소설은 아니잖아요? ^^
저로선 이런 저런 이유로... 이해를 위해서(?) 두번을 읽어야만 할 책이었습니다. (본문 참조. ^^)



    황석영,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 <개밥바라기별> & 1월 13일 끝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1월 13일 시작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


1.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중략)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257쪽. 대위 장씨와 준이의 대화)

그렇지요. 사람은 오늘을 살면 되는 것인데, 우리의 삶은 참으로 복잡해져버린 것 같습니다.
현실을, 오늘을 살기도 힘든데, 육십세 이후를 대비하고 팔십세 이후를 염려해야 하고... 말입니다. ㅜ.ㅜ
제 경우 "올해도 또 스타트 되었구나~ 별 일 없으면 열심히 일년을 살기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일년을 살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그날 그날 주어진 삶 열심히 살면 된다는 쪽입니다. 오늘을 사는 거죠.
내일의 일을 오늘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내일의 일을 오늘 할 만큼 오늘이 한가하지도 않구요.

"씨팔." 맞습니다. 맨숭맨숭하니까 끼워넣는 후렴구 같은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격식을 차린 자리에서 할 수는 없는 말이겠지만, 친한 사이에서 격의없이 쓸 수 있는 추임새지요.
그리고 욕한다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요. 나쁜 사람들 가운데 욕 잘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요.



2.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중략)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41쪽. 준이의 말)


<개밥바라기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준이는, 그리고 어찌보면 현실의 황석영 선생은...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둘다 자신을 길을 확실히 만들어내고 있고요.
저도 이런 저런 삶의 측면이... 사회적 통념에서 봤을때, 정해진 궤도를 도는 행성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궤도에서 이탈해 있는 면도 있구요. 예컨대, 보통은 제가 장기근속을 하지만,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학원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그렇겠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그렇게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걱정했고 걱정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통념에서 봤을 때, 절대 편안한 삶의 길이 아니니까요. -.-;;;
하지만, 살면서 제 길을 조금은 만들지 않았나 싶구요. 그래서 준이의 저 대사가 가슴에 팍 와 닿습니다.

별은 보지 않고 별이라고 글만 쓰는 모습들.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과 같겠지요.
준이가 친구 영길에게 한 말이지만, 통렬하다 못해 폐부를 찔러오는 지적이었습니다.
별은 이상(理想)이겠지요. 이상을 바라보지 않고 글로만 적는다면 이상이 무슨 소용일까요.
이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지 않고 이상을 글씨로만 쓰고 있다면 이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상을 잃고 꿈을 잃고 살아가는 가녀린 존재들의 이상과 꿈을 흔들어 깨우는 대사라는 느낌이었습니다.


3. 
 
피아노 배우기에서 여러 단계의 기계적인 손동작을 강조하는 교본들 대신에 예를 들면 처음부터 직접 '등대지기' 라든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같은 노래를 연습하면 안 되는 것인지. 굳어져버린 코 큰 외국인의 석고상을 그리기보다는 학급 친구나 아우의 얼굴 또는 늙으신 고향의 할머니를 그리면 안 되는 것인지. 이것들은 제도 안의 최소한의 변화인데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90쪽. 준이가 고교 담임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 피아노로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연습할 수는 없는 것인지.
왜, 바이엘부터, 체르니부터 연습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왜, 내 그러쥔 왼손을 데생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왜, 아그립빠(acrippa) 석고상을 열라 그려대야 하는 것인지. ... 하는 의문을 품었더랬습니다.
사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구요.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면 제가 좋아하는 노래 연주부터 하고 싶습니다.
준이가 담임에게 보낸 편지에서 위에 인용한 부분은, 저의 생각을 글로 옮긴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지요.
교육이라는 게 제도일 수 밖엔 없지만, 제도는 개인이 가진 능력과 창의력과 상상력을 규격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위의 준이가 한 말에는 공감 백만번...! 도 부족하구요. ^^



4. 
 
<개밥바라기별>을 두번 읽게 된 것은, <개밥바라기별>의 구성이 지닌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개밥바라기별>에서 작가 황석영은, 관찰자에 가까운 1인칭 시점을 택하고 있습니다.
총 13개의 장(章) 번호를 매긴 장편 <개밥바라기별>에서 그 시점은 줄곧 유지됩니다.
아마도 3장 또는 4장 정도 읽었을 때, 저는 독자로서 머리 속이 어지러웠습니다.
화자인 '나'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아마도 3장, 4장 그쯤에서 화자가 바뀌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에 살펴보니, 이에 대한 힌트가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눈썰미를 좀더 발휘하면 눈치를 챌 수도 있게 해놓긴 했습니다만, 꽤나 읽은 후에 알게 된 저는,
그래서 "다 읽은 후에,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개밥바라기별>이 두번 읽을 가치는 있습니다. 두번 읽을 필요도 있구요.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
어쨌든, 그의 이 같은 '바뀌는 화자' 또는 '바뀌는 1인칭의 <나>' 라고 하는 새로운 시도는,
독자에게는 잠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로서는 신선한 시도일 수도 있긴 합니다. (인정...!)



5. 
 
<개밥바라기별>을 두번 읽게 된 또다른 이유는, <개밥바라기별>의 구성이 지닌 모자이크성(?)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화자들이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사건들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어떤 화자가 한두 줄 이야기로 풀어간 사건을, 다른 화자는 몇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중길의 죽음을 준이는 (31쪽에서) 두줄로 말하고, 영길은 (36~40쪽) 다섯쪽에 걸쳐 이야기하지요.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개밥바라기별> 속의 거의 모든 사건들이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독자로서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서술된 사건이 다른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서술되고 있었는지를...
모자이크 맞추듯 책을 뒤적여 확인해야 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직소(jigsaw) 퍼즐 같은 측면도 있지요.
제 경우, 전체적인 이해를 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계속 그런 욕구에 시달렸고^^
읽는 중간중간 책의 앞부분을 뒤적여 확인도 하긴 했지만, 결국(!) 한번 다시 읽자는 생각을 했지요.
이 역시, 저자 황석영의 신선한 시도였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뒤적여 확인하기를 하는 동시에 다시 읽기 욕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




2009 0114 수 06:30 ... 07:30  비프리박



p.s.
아마도 다음 리뷰는 방금~ 읽기를 마친^^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의 리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책읽기가 (하루중에서 약간의 시간이지만) 가능해진 것도 한번 따로 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물론, 단독으로 그것만 적을 것은 아니구요. 어떤 포스트에서 그 이야길 하겠지요. ^^

음. 그리고 본의 아니게 병렬 진행이 된^^; 노엄 촘스키의 <테러리즘의 문화>와
얼마전에 김진애 선생님에게서 선물받은 <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도
본문의 사진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읽기를 마치는대로 리뷰를 쓰게 되겠지요. ^^

올릴 여행 후기, 책과 영화 리뷰, 건강 관련 포스트, ... 참 많은 것들이 줄을 서 있군요.
제발이지 2mb와 딴나라당 쪽에서 한건씩 안해야... 대한민국에도 좋고, 제 블로그에도 좋겠는데 (큭.)...
요즘 연일~ 계속 터뜨리니... 이거 이거, 참 여러 모로 사람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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