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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이었지요. 퇴근 무렵,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동지도 되고 해서 팥죽을 했는데, 제 생각나서 연락했다더군요. 바쁘니 오지는 못하겠지만... 하면서요.
저 팥죽 좋아하는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더군요. 몇년간 이런 연락은 없었기에, 놀랐습니다.
가족이란, 소소한 것들까지 유전자 코드처럼 세포 하나하나에 심어져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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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형(누나 남편)은 현재 지방근무 2년차가 넘은 상태고 좀 있으면 3년 됩니다.
한달에 두번 정도 올라오는데요. 그것도 못 올라올 때도 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누나가 동지 팥죽을 쑤어서 아이들 둘과 나눠 먹었을 거란 거,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누나의 상황을 잘 알기에, 제가 갑자기 센티멘털해지는 거 있죠...?


귀가를 한 후, 저희집 그녀에게 저도 모르게 한마디 툭 던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누나네 다녀올까? 연락을 했는데, 그냥 누나가 좀 슬퍼보여서."
제 기분을 감지했는지,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그러지, 뭐."라더군요.
이래서, 부부는 이심전심이라 하는가 봅니다. ^^

그냥 세수만하고 옷만 갈아입고, 바로 누나가 있는 군포시로 차를 몰았습니다.
왕복 150km, 왔다갔다 2시간 여, 지금 가면 밤 10시 도착, 늦어도 새벽 1시 전에는 누나네를 나서야 하고...
사실, 이런 것들은 생각꺼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얼굴만 보고 오더라도 가고 싶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데... '내킨다'는 것 이외에, 무슨 동기와 이유가 필요할까요.
그리고 내킬 때 보지 못하면 또 얼마나 오래 못 보고 지내게 될까요. =.=a


누나와 조카들이 반가와하더군요. 써프라이즈...!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냥 준비없이 바람같이 달려간 것이라, 아무것도 사들지 않고 갔습니다. 마음만 급했달까요. ^^;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가물가물했습니다.
누나도 조카들도 가물가물해 하기는 마찬가지였고요. ㅜ.ㅜ


누나가, 저와 집사람의 바쁜 일상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 시간이 되었어?"라고 물었지만...
누나의 얼굴과 말투에 묻어나는 반가움과 기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카 애들도 반가와 하고요.
반가움. 그냥 이거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족을 보는 데 뭐가 더 필요할까요.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한지붕 밑에 살던 가족들...을 보는 데 뭐가 더 필요할까요.

"팥죽 먹으러 왔다"는 멋적은 대답과 "팥죽은 많이 있지?"라는 저의 물음에... ^^
팥죽 먹으러 여기까지 왔겠냐 싶어하는 누나를 보면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내심 저도 기뻤습니다.
아이들에겐, 오랜만에 온 외삼촌이기에, 치킨을 배달시켜 나눠먹음으로 각인을 좀 시켜줬습니다. ^^
먹으며, 밀린 이야기 나누고, 얼굴 보고 ... 정말 짧은 두시간여가 지나서, 누나네 집을 나섰습니다.
아쉬워 하는 누나를 뒤로 한 채... 7층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누나를 향해 손 한번 흔들어주면서...요.



돌아오는 길, 졸리운 눈 부릅 떠가며 운전하면서도, 좀 더 자주 누나를 보러 가야지. 다짐했습니다.
결국은 일년에 두세번 보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
한지붕 아래서 한솥밥 먹던 식구들, 정말이지 좀 더 자주 보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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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23 화 02:30 ... 03:10  비프리박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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