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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수단과 방법을 규정짓는 것이지 수단과 방법이 목적을 규정할 수 없다... 한 민족의 독림운동이란 그 민족의 해방과 자유의 탈환을 뜻한다. ... 확고한 자각과 목적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 하는 독립운동은 운동 자체가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오직 운동가들의 자유합의가 있을 뿐 ...  
(144쪽, <아나키즘의 깃발>에서, 이회영의 언급)


일본의 조선 침략! 나라를 내준 매국노들! 그와는 반대로 독립운동에 자신과 가족과 전재산을 바친 사람들! 이런 이야기가 이젠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일까요. 저는 오히려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하고 더군다나 잊어서는 안될 우리 역사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이덕일, 이회영과 젊은 그들: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 위즈덤하우스(역사의아침), 2009.   * 총 360쪽. 본문 335쪽.

이회영이라는 석자에 내심 기대를 걸었습니다. 글쓴이가 이덕일이라는 것도 은근히 기대감을 부채질했습니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역사의아침 카테고리 서평단 미션도서로, 늘 그렇듯이, 써프라이즈(!), 예고없이 날아왔습니다. 읽고 싶었던 책이고 알고 싶었던 분이었습니다.


2009년 12월 18일(금) 택배수령했습니다. 이런 저런 독서가 좀 밀려 있어서 해가 바뀌어 2010년 1월 11일(월)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1월 16일(토)까지 꼬박 6일을 바쳤군요. 책 속에 푹 빠져 지낸 6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독서였습니다.



이회영과 젊은 그들 - 10점
   이덕일 지음/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숨겨온/잊혀진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사의 복원


(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는데 비굴하게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겠는가?" - 이회영. )


 

1. 이 책은? 이회영은?

이 책은 책 뒤표지의 설명처럼 "조국의 독립과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동지들, 그 100년의 기억!"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 이덕일의 평소 실력(?)이 조금 덜 발휘된 것 같은 면이 있지만, 그간 한국의 주류(?) 사학계에 의해 감추어지고 그럼으로써 잊혀져온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의 역사를 찬찬히 잘 복원하고 재구성한 책입니다.

이덕일이 이회영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사회에서 이회영의 신분과 그의 사상적 궤적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6쪽). 신분에 관해서 간략히 말하자면 이회영의 10대조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항복(1556-1618)이고 그의 아버지는 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이유승(1835-1906)인 점을 짚을 수 있겠습니다(336-337쪽). 즉, 놀고 먹어도(?) 될 신분이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과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쳤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는 저같은 독자에게도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사상적 궤적에 관해서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투쟁적-실천적 아나키즘을 견지하고 있었다면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아나키즘은 철저히 조선의 진정한 독립을 위한 것이었고요.
 

 
 
2. 아나키즘, 이회영에게 있어서 독립운동의 귀결점!

김종진은 ... 이회영이 ... 환갑이 넘은 나이에 아나키스트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회영의 대답은 당당했다.
"내가 의식적으로 무정부주의자가 되었다거나 또는 전환하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조선]의 독립을 실현코자 노력하는 나의 생각과 그 방책이 현대의 사상적 견지에서 볼 때, 무정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그것과 서로 통하니까 그럴 뿐이지 ... 내가 새로 그 방향을 바꾸어 무정부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 [   ]는 비프리박.
(142쪽, <아나키즘의 깃발>에서)

당시 공산주의-사회주의 운동세력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이회영에게 있어서도 아나키즘은 독립운동의 수단이었고, 그에게 있어서 진정한 독립운동의 실천적 모색은 아나키즘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라 보여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가 인위적으로(?) 선택한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그의 사상적-실천적 모색은 결국 무정부주의였음을 깨닫게 되더군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독립운동의 초심을 잃지 말자며 다시 만주로 향한 투쟁적-실천적 아나키스트 이회영을 떠올리면 지금 우리 사회의 '환갑 청년'이라 불리는 분들도 사실 조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독립운동의 모태, 신흥무관학교 설립 노력

이회영 일가는 일단 [만주] 횡도촌에 짐을 풀었으나 최종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었다. 이회영 일가는 곧 유하현 삼원보 추가가로 갔다. 남만주 답사 때 무관학교 설립의 적지로 점찍어 놓은 곳이었다. ... 횡도촌, 삼원보, 추가가와 합니하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집단으로 망명한 운동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70쪽)
[원세개의 비서] 호명신은 이회영에게 추가가보다는 다른 지역의 토지를 구입해보라고 권했다. ... 호명신의 이런 권유에 따라 옮기게 된 곳이 합니하 근처였다. [이회영의 둘째 형] 이석영은 거금을 쾌척해 이 일대의 토지를 사들였고, 1912년 음력 3월부터 [신흥무관학교]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81-82쪽)   * [   ]는 비프리박.
(<독립군의 요람, 신흥무관학교>에서)

아. 대한민국 독립운동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신흥무관학교! 이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이회영은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장소 물색부터 시작해서, 토지 구입 그리고 당시 중국의 실력자 원세개를 접촉하는 일까지, 어쩌면 이회영의 노력이 없었다면 신흥무관학교는 더디 세상에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이회영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고문사의 방증들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은 만주에서 [부친의] 도착 편지가 오기를 매일같이 기다렸다. ... 마침 전보가 왔는데 ... 어머니 이은숙이 ... 보낸 전보였다.
- [1932년] 11월 17일 부친이 대련 수상경찰서에서 사망.   (259쪽)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회영은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주와 북경, 천진과 상해를 넘나들면서도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회영은 이렇게 쉽게 체포될 인물이 아니었다. (261쪽)

이회영이 체포된 것에는 커다란 비밀이 담겨 있었다. 그의 체포와 죽음에 밀정이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도 아니고 고령의 노인을, 그것도 수많은 중국인 선객 중에 그를 정확히 집어내 심문했다는 것은 대련 수상[경찰]서에서 그가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268쪽)

[일본 경찰은 이회영이] 고문사하자 당황해서 자결한 것으로 위장[했다]. 이는 부랴부랴 이회영의 시신을 화장해 고문사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1932년 11월 17일. 우당 이회영은 이렇게 여순감옥에서 ... 민족해방의 제단에 자신의 몸을 바쳤다. (268쪽)
(<무장투쟁의 길과 순국>에서)   * [   ]는 비프리박.

밀정이라 불리는 왜놈 앞잡이들! 일본 경찰을 피해 평생을 무사히(?) 독립운동을 해온 이회영의 체포에 대한 의혹은 밀정으로 좁혀집니다. 그리고 의문 투성이 그의 죽음은 일본 경찰의 고문에 대한 방증으로 귀결됩니다. 이회영의 삶과 사상 그리고 독립운동에 관한 독자의 관심은 그의 죽음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이회영의 죽음과 관련된 부분은 세번 네번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용을 좀 길게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늘 그렇듯이 제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없어야 하므로! ^^)
 
 

 
5.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숙제같은 관심꺼리들

고종이 국외 망명을 결심하던 1918년 말, 10년에 가까운 일본의 무단통치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고종이 개전[開戰]조칙을 내리면 전국 각지에서 [항일] 봉기가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 [이회영에 의해 고종의] 행궁까지 준비되어 구체화되어 가던 고종의 망명 계획은 의외의 사태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당사자인 고종이 예기치 못하게 급서한 것이다.
고종의 급서에는 의문점이 많다. 고종의 망명을 준비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망명정보가 누설되어 일본이 독살한 것이라고 적었다. 일제가 편찬한 『순종실록』의 기록도 의혹투성이다.   * [   ]는 비프리박.
(102쪽, <고종이 망명한다면>에서)

고종 급서를 둘러싼 의혹에 독살설이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군요. 호기심과 궁금증이 급상승했습니다. 마침 작년 말 구입한 「조선 왕 독살 사건 1, 2」(이덕일)이 있습니다. 조만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저의 관심을 끈 분들이 있군요. 먼저, 일본 재판소에서 사형 구형에도 의연히,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극형 이상의 형벌이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진술을 한 김익상(167쪽)과 "왜놈들이 제일 두려워한 것은 역시 자기들에 대한 직접적 테러였어요. 정치적 투쟁, 즉 성명으로 규탄하고 외교적으로 이론적으로 덤벼드는 것, 이런 것보다도 폭탄 들고 덤벼드는 것을 가장 무서워했어요"라고 회고한 정화암(152쪽)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이후의 독서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도움말씀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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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120 수 22:10 ... 23:20  서두&인용
2010 0126 화 12:30 ... 01:10  비프리박

 
 
이회영과 젊은 그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덕일 (역사의아침,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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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본 서평은 위즈덤하우스(http://www.wisdomhouse.co.kr)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이나 방향은 위즈덤하우스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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