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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여름의 여행처럼 지역을 정해서 떠나는 테마기행^^은...
그곳에 갈 때 그리고 그곳에서 귀가할 때, 이 두번은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
단지 이동이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그 지역 내에서 이곳저곳 옮겨다닐 때에는
가급적이면 구불구불한 국도를 이용합니다.


아시겠지만, 편도 2차로로 만들고 중앙분리대를 만들어놓은...
그런 주행용(?) 도로가 점점 늘고 있지요. 저는 가능하면 그 길을 이용 안 합니다.
고속도로는 (비용도 있고 해서) 더더욱 이용하지 않습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 찍으면 경로가 3개 뜨도록 해놨습니다.
1) 추천도로 2) 무료도로 3) 최단거리 ... 이렇게요.

이 세팅을 사용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번 추천도로는 주로 비용과 무관하게 고속도로를 포함합니다.
  2번 항목의 무료도로는 주로 앞서 적은 편도 2차로 중앙분리대 ... 의 그 길이 됩니다. ^^
  3번째 최단거리가 주로 구불구불한 국도지요. 제가 주로 이용합니다.
네비가 없던 때에도 주로 대축척지도책을 보며 그런 길을 찾아 이동했더랬습니다.


구도로(?)라고 불리는 구불구불한 국도를 이용하는 것은, 최단거리여서가 아닙니다.
돈이 안 들어서 구불구불한 국도를 타는 것도 아니고요.
그 동네를, 똑바로 보고 느끼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말이 될까요?
이렇게 국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일부러 국도를 타야...
옥수수를 따서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가는 할머니도 볼 수 있고...
100cc 미만의 오토바이, 할아버지가 앞에서 운전을 하고 할머니는 뒷자리에 옆으로 탄 모습을 보게 되며... 구부정한 허리로 고무 대야에 뭔가를 담아 허리에 걸친 채 휘적휘적 걸어가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러 국도를 이용해야...
땡볕에 밭에서 낫질을 하시는 까맣게 그을린 할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도 있고...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놓은 채, 논에 들어가서 농약을 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며...
작은 정거장에서 운행간격이 제법 길 법한 버스를 나란히 기다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 수도 있습니다.


렇게 국도로 이동하면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식들 키우고 가르쳐서 사람 만들어, 도회지로 내보낸 우리의 어머니이자 아버지들인데...
자식된 우리들은 얼마나 이 분들을 챙기고 있는지.

아.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길게 잡아 30년이면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지실텐데...
그땐 이 시골에 누가 살고 있을까. 또 농사는 누가 짓고 있을까.

20~30년 후에도 이 시골이 존재할까.
그때도 누군가 이 시골을 방문할 일이 있을까. 방문하고 있을까.
우리의 시골은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세월의 힘 앞에서 사라져가고만 있는 걸까. 



여행할 때 국도로 이동을 하면 이런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옆의 이 사람과 어쩌면 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내팽겨쳐둔 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세월이란 힘 앞에서 장사가 아닙니다. -ㅁ-;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문제가 절대 아닌데,
마냥 내팽겨쳐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국가는, 그냥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20~30년 후에 과연 누가 국도변의 이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또... 저는, 여행 중임에도 숙연해집니다. 우울해지고요.


농사를 지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젊은 사람들도 시골에서 농사짓게 하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는 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0820 수 13:40 ... 14:20 비프리박

 
p.s.1
이런 포스트에는 국도변 시골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도 한 장 올리는 것이 맞겠으나...
그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죄스러워-.-;;;
감히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감정이 좀 무뎌지면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ㅁ-;

p.s.2
당분간 공지글의 형식으로 목록보기 최상위에 올려두겠습니다. [ 2009 0823 일 07:00 ]
공지글로 올리면서 제목 수정됨.
원제 : ▩ 여행을 할 때, 국도로 이동하면 항상 느끼게 되는... ▩
최상위에서 내려, 다시 원래의 날짜로 되돌립니다. [ 2009 0908 화 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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