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파리는 가라 ─

>>>>소통3:blog 카테고리의 글 | 2008. 9. 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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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지인들을 맞이하는 사랑방에 똥파리 한 마리가 날아듭니다.
방안 벽 이곳저곳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듯 파리똥을 지려 놓습니다.
손님들과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똥파리는 어김없이 왱왱거리며 주변을 맴돕니다.
마치 너희들의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 왱왱거립니다.

벽에만 파리똥을 남겨놓다가 이젠 재미가 붙었는지, 사람 쪽으로 달려듭니다.
어쩌면 너희들의 대화는 처음부터 틀려먹었어 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벽에 질러놓은 똥파리의 자국들을 지울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사람 살아가는 세상... 똥파리도 꼬이고, 모기도 들고, 파리도 오는 거지 ... 하는 생각에
파리똥 자국들이지만 그것도 삶의 흔적이다 싶어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며칠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똥파리는 다시 나타납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이... 어쩌면, 자신의 출입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손님들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수긍과 일치가 있으면 더 성질을 부리는 듯 합니다.
마치 너희들은 왜 생각이 다 똑같냐고 아우성치는 듯도 합니다.

사랑방을 더럽히고 있는 파리똥은 그대로 두더라도 방충망은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방충망까지 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냥 오다 말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랑방에 날아들어 구석구석에 똥을 질러대고 왱왱거리며 달려드는 걸 더는 견디기가 힘들군요.
방충망을 쳤습니다. 사랑방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파리똥 자국은 선명히 남아있지만요.

안 오지 싶었던 똥파리는, 방충망이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불청객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구한 날 사랑방으로 계속 달려듭니다. GOD의 '파리'란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그 일부를 옮겨봅니다.

파리 한 마리가
계속 떠돌다가 창문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는 유리창에 쿵하고 부딪쳤다.
파리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이
계속 안으로 들어오려고 윙윙 거리며 발버둥쳤다.


원곡의 가사에 약간의 개사가 가미되었습니다만, 너무나 딱들어맞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방충망이 있음을, 자신이 불청객임을, ... 모르지는 않을텐데, 똥파리는 자꾸만 날아듭니다.
왱왱거리는 소리에 이젠 욕설도 섞인 듯 합니다. 그나마 방충망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똥파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단지 그건 제 욕심일 뿐이겠지요.

사람 사는 곳에 똥파리는 있게 마련이고,
똥파리가 우리를 지치게 만들어도... 방충망을 치고, 창문을 닫고, ... 하면서 사는 것이겠지, 싶습니다.
똥파리가 자신이 똥파리임을 안다면 그것이 똥파리겠나, 싶기도 하고요.
신동엽 시인의 시가 연상되는 구절입니다만, 싯구절(?) 하나 적고 글을 맺도록 하지요.

똥파리는 가라
방안에 자국은 남았어도
똥파리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똥파리는 가라.
이 사랑방은
처음 오는 손님과,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어 맞절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소통하는 곳이니
똥파리는 가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0905 금 08:00 ... 08:40 비프리박



p.s.1
참고하시라고... 지오디의 노래 '파리'의 가사와 신동엽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싣습니다.
그리고 모쪼록 저나 지인님들이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똥파리에 시달리는 일은 없기를 빌어봅니다.


                  파리

녹음실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파리는 계속 떠돌다가
창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유리창에 쿵하고 부딪쳤다.
파리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이
계속 밖으로 나가려고 윙윙 거리며
발버둥쳤다..
분명히 눈앞엔 아무것도 없는데....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것이다.
왜 그 모습이 그렇게도 내 모습 같은지...
세상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너무도 많이 놓여있다.
어릴때 보았던 그 열린 세상은 사실은...
유리벽으로 칸칸이 나누어져 있다는 걸
이제서야 일일이 부디쳐 가면서 깨닫고 있다.
파리가 언젠간 유리창을 깰 수 있을까?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p.s.2 [ 2008 1029 수 06:50 ]
이 포스트는 작성, 발행한 후, 목록보기 첫화면에 노출되다가...
9월 7일(?)부터 [당분간 공지 ^^]라는 부제를 달고 공지로 걸었던 글입니다.
10월까지만 공지로 걸어놓자고 하던 중... 희수님이 이제 내려도 되지 않겠냐고 해오셔서,
10월 29일 새벽, 공지를 해제하고 원래의 날짜 9월 5일로 되돌렸습니다.
나중에 필요성이 느껴지면 어떤 형태로든 공지글로 올릴 생각이고요.
 
공지글의 형식으로 목록보기 최상위에 올렸습니다. [ 2008 0907 일 ]
최상위에서 내려, 다시 원래의 날짜로 되돌렸습니다. [ 2009 1029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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