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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1년 3개월만이다. 작년 4월 초, 다니던 헬스클럽에 재등록하지 못 했다. 3월말까지 다닌 후, 한 며칠 아니면 길어야 한두 주일 지나 재등록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만, 어느새 1년 2개월이 지나 버렸다. 운동이란 게 마음 먹고 시작하긴 어려워도, 하던 운동 안 하게 되는 건 참 쉽다.

헬스클럽에 나가고 있다. 집에서 헬스클럽까지, 내 걸음으로 이백 걸음이다. 종합운동장 트랙을 걸을 때 100m는 내 (달리는 걸음이 아닌) 걷는 걸음으로 백삼십 걸음 이쪽저쪽이었다. 헬스클럽까지 거리는 그러니까 150m 남짓이다. 굳이 그렇게 거리를 미터로 바꾸지 않더라도, 이백 걸음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가깝다. 그 거리를 넘어 헬스클럽에 가닿는 데에 1년 2개월이 걸렸다. 참 짧은 거리를 가는 데 참 오래도 걸렸다.


6월 7일(목)에 아파트단지 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그저 내 느낌으로 그날은 헬스클럽에 다시 나가기에 좋은 날이었다. 뜬금없이, 신던 운동화 중에 적당하다 싶은 걸 골라 바닥을 깨끗이 씻고 닦아 슈즈백에 넣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여름의 나무는 점점 더 짙푸른 색으로 바뀌어 간다. "헬스클럽을 다시 나가기엔 딱 좋은 날이야." 전에 쓰던 회원카드를 헬스클럽 멤버십카드 리더기에 읽혀 보니, 여전히 사용가능하다. 신상에 관해 새로 적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첫날.

적어도 작심삼일은 아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트라이애슬론 레이스를 완주하면서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하루키를 빌어, "적어도 끝까지 작심삼일은 아니다"라는 말을 이번에 새로 시작한 운동에 붙여 주고 싶다. 작심삼일이 안 되게 노력하고 싶다. 지난 주 목요일에 시작한 운동, 목금토 삼일 나갔고 일요일은 헬스클럽 휴관일이고 오늘 월요일 빠지지 않고 또 나갔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운동하러 갈 것이다. 적어도 작심삼일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작심삼일이 되면 자괴감이 클 거 같으니까!
* 위에 언급한 하루키의 말은, 내가 좋아하는 글들로 가득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나온다. 그 말은 책의 마지막 장인 9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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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611 월 20:30 ... 21:2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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