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많겠지만 그 중에 병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가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평생 병원을 전혀 찾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한 사람은 세상에 드물 것이고, 또 병원이란 게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는 곳인 동시에 병을 예방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큰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찾게 됩니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납니다. 짧은 만남으로도 믿음을 주는 의사가 있고, 첫 마디부터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믿음을 주었던 의사의 유형을 적어봅니다. 믿음을 주는 의사는 대충 여기에 포함될 거 같습니다. 첫 마디부터 신뢰를 주지 못한 의사에 대해서는 차후에 기회가 되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회가 되어(?) 이후에 작성한 글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의 후속이 됩니다.
▩ 믿음이 가는 의사 믿음이 가지 않는 의사 [2]:이런 의사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료원, 병원, 의원에서. ▩
 


 믿음이 가는 의사 믿음이 가지 않는 의사 [1]:이런 의사는 믿음이 간다.

 


세상에는 많은 의사가 존재한다. 의사 또한 사람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장단점을 지녔을 터이다.
그럼에도, 의사라면 일단 마주 앉은 환자에게 믿음을 주어야 맞지 않을까. 
 

 
{ #1 }  한 가지를 보고 열 가지를 짐작하는 의사

2011년 여름 안과를 찾았을 때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안과였습니다. 봄부터 시력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안과 검진을 받고 싶었습니다. 초진으로 안과 종합(?) 검진에 대략 구천 원 정도 들었습니다. 가져간 안경 두 개가 제 눈에 맞는지 검사한 비용을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다음은 안과 의사와의 대화입니다. 어떤 기기와 장치를 통해서 제 눈을 들여다 본 후 의사가 말합니다.

안과의사 : 가까이 있는 게 잘 안 보이시겠네요?
비프리박 : 네.
안과의사 : 시력은 정상입니다. 밤에 잘 안 보이시죠?
비프리박 : 네.
안과의사 : 날씨가 흐릴 때나 비가 올 때도 잘 안 보이실 테고.
비프리박 : 네.
안과의사 : 그럴 때만 저 안경을 쓰시면 됩니다. 선글래스도 도수가 눈에 맞네요.
비프리박 : 네.

눈의 상태만 살펴 본 후 제가 느끼는 바를 정확히 짚는 겁니다. 진료를 의뢰한 사람이 "네"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이죠. "과연 의사다!" 그랬습니다. 이런 의사는 믿음이 갑니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정확히 짚어낸다는 느낌을 줍니다.

덧)
안과 의사에게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비프리박 : 아주 가까이 있는 게 초점이 잘 안 맞는데 정상인가요?
안과의사 : 그렇죠. 정상입니다. 
비프리박 : 초점을 맞출 수 없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나요?
안과의사 : 네. 소위 눈의 노화라고 하는 거지요. 
비프리박 :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구요?
안과의사 : 네. 생명체의 노화를 막거나 돌릴 방법은. ^^;
비프리박 : 끙.
 
 
 
{ #2 }  시간을 들여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해 주는 의사

2010년 1~2월쯤, 출근길 버스 갈아타는 곳에 있다는 이유로 찾은 피부과였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허벅지 앞쪽에 빨갛게 발진 같은 게 생겼습니다. 가라앉겠지 했는데 전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가려워져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는 50대 정도 되어 보였는데, 제 허벅지를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피부과 의학 서적을 들춥니다. 그렇게 몇 군데 뒤적이더니, 저에게 설명을 합니다.

"겉으로는 다 엇비슷해 보여도 어떤 병명으로 진단을 하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어요. 바르는 연고나 쓰는 약이 달라지는 것이구요. 지금 허벅지에 있는 건 xxx로 미루어 볼 때 xxx는 아니고 yyy처럼 보이지만 yyy도 아니에요. 제 소견으로는 zzz라는 판단이에요. 이리 와서 여기 책에 써 있는 걸 봐요."

내용을 쭉 읽었습니다. 모르는 전문용어가 나와 의사를 쳐다보니 설명을 해 줍니다.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바로 지금 내가 그런데?"였습니다. 의사는 이런 발진이 왜 생기는지 여러 가지 원인을 설명해 줍니다. 그 와중에 저는 "이거, 낫겠다"는 확신 비슷한 게 들더군요. 크든 작든 병이 낫는 데 있어서 의사를 통해 환자에게 이런 확신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만난 가장 친절한 의사였습니다.




{ #3 }  의사가 예상한 대로 되어갈 때.

서너 해 전이었던 거 같습니다. 팔뚝 내측에 뭔가 도톨도톨한 게 넓게 생겨서(이때도 아마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였을 겁니다), 사무실 근처의 피부과 클리닉을 찾았습니다. 의사가 두 명 있는 것 같았는데, 저에게 30살 전후의 여의사가 배정되었습니다. 다른 한 명의 의사도 그쯤 되는 여의사였을 겁니다. 둘이 어쩌면 동기이거나 선후배 사이일지도 모르겠군요. ^^ 저에게 나이와 성별에 대한 차별의식은 없지만, 30살 이쪽저쪽의 여의사가 제 팔뚝을 살피더니 놀랍게도(?) 바로 딱(!) "○○○네요." 그럽니다.

이 대목에서 살짝 어긋나면 불신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이 의사는 찰떡같은 믿음을 줍니다. "전문가다!" 싶은 느낌이 마구 몰려 옵니다. 여의사는 "어떤 어떤 종류의 약을 줄 텐데, 어떻게 어떻게 바르면 이렇게 저렇게 나을 거"라고 합니다. 제 팔뚝에 생겼던 오톨도톨한 녀석들은 이후에, 그 의사가 예상한 대로 정도와 시간을 지켜가며(?) 착실히 사라져 갔습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의사는 또 찾아가고 싶습니다. 일부러 어디가 안 좋을 필요는 절대 없겠지만요. 



종합병원이든 개인병원이든 세상에는 멋진 의사가 참 많습니다! 
원래 모든 의사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우리 현실이 슬픕니다.
  

 


글의 내용에 공감하시면 추천버튼을 쿡! ^^


 
2012 0102 월 14:40 ... 14:45  시작이반
2012 0102 월 16:30 ... 17:20 &
19:30 ... 19:45  비프리박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악성답글/배설형답글/욕설답글은 삭제됩니다.
답글은 인격의 거울입니다.




  1. BlogIcon sephia 2012.01.02 20:0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의사는 명의가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ㅠㅠ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3 00:0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명의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도 안 바랍니다.
      그저 믿음을 주는 의사였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적은 바와 같은.

  2. 2012.01.02 22:02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3 00:10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생명이 오가는 병에 대해서도 단 몇 분 진료+상담을 한다죠?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병의 경우, 더더욱 환자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국내의 인재들은 성적순으로 의대로 몰리고
      의사들의 개업 희망 분야는 성형과 피부와 미용 쪽이 대세가 된 게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그 와중에 간혹 만나는 따뜻한 의사분들은 정말 돋보입니다.
      어쩌면 그런 분들이 흔한 사회가 되어야 맞는 걸 텐데 말입니다.

      기회가 되면 참 짜증났던,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의사들 유형을 적어보겠습니다.

  3. 유리파더 2012.01.03 08:06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앗 저도 허벅지 안쪽과 살이 접히는 겨드랑이 팔안쪽 등에 반점이 생기던데요... 이건 무슨 병이래요? 저는 병원에 가니 간이 나빠도 그럴 수 있고, 바이러스성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 일단 연고와 약을 처방해 주고 상태를 보자고 하더군요. 현재는 더 악화되지는 않은 상태이나 두드러기(반점)이 난 곳은 색깔이 어둡게 변해서 '죽을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_-;;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3 08:3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제가 두번째 케이스에 적은 저때 생긴 거랑 같은 걸
      갖고 계시는 건가요? 이런 건 공통점이 될 필요는 없는뎅. ㅠ.ㅠ

      피부과에서 대부분의 트러블에 대해 이야기하는 원인이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로가 누적되거나 ... 해서이지요?

      거기에 더해 바이러스성이라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이름은, 신체의 접히는 부분(굴신부위)에 생기는
      화폐성 피부염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으로는요.

      나은 후에 한두해 지나면서 어둡게 변한(착색되었다고 하는) 건 차츰 사라져서
      '죽을병'은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ㅋㅋ

    • 유리파더 2012.01.08 15:13 | Address | Modify/Delete

      2주 후에 대학병원에 가서 몸에 발생하는 여러 증상(피부 두드러기, 피곤함과 무기력증 등)을 점검하는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C형 간염까지도 검사할 계획이에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8 18:53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그런 쪽의 검사를 해주는 서비스도 있는가 봅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나요? 유리아빠님 회사 정도면?
      원인 진단 잘 되어서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으실 수 있길 바랄게요.

  4. BlogIcon DAOL 2012.01.03 17:0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깜딱이야..
    활짝 웃는 미소에 반할 뻔 했잖아요..ㅋㅋ
    넘흐 멋있는 의사샘들이라고 생각했더니만 드라마의 한장면이네욘;;ㅎ

    사람에게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노안이라고 합니닷..ㅋ
    아주 잼있는 일화도 있는뎅..
    알흠다운 여신님께 부킹을 신청했는데 보기와는 달리 원시라서
    생물학적 나이를 들켰다는 얘기 말이죠..ㅎ

    음^^ 저는 아직까지 의사샘에게 믿음을 느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비염알러지때문에 매해 가을이면 안과를 찾지만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고만 합니닷..ㅠㅠ
    체질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성의없게 대답하죠..ㅠㅠ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5 21:4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드라마의 한 장면 캡쳐임을 다들 아실 것 같아서
      별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는데
      깜놀의 결과를 낳은 건가요? ㅋㅎ

      빠르게 진행되고 막을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
      슬프게도 노화, aging, ... 인 것이죠.

      의사에게 저 역시 믿음을 느끼진 못하기 일쑤인데요.
      가끔 믿음을 주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치료나 치유가 쾌속 진행됩니다.
      역시 일차적인 치료와 치유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비염 알러지.
      평생 가는 거지요. 슬픈 사실입니다.
      때로 발생하고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치료는 안 되는.
      비염 알러지 말고도 그런 게 꽤 있어서
      많이들 힘들어하지 말입니다. ㅠ.ㅠ

  5. BlogIcon 무예인 2012.01.03 18:1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믿음을 주는 의사는
    보기 힘들어요

  6. BlogIcon Laches 2012.01.04 11:4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항상 다니던 내과가 이전한뒤 같은 자리에 새로 생긴 내과의 의사선생님이 말씀이 없으시더라구요..
    저도 말이 없고...대충 그냥 '현재 상태가 ~~합니다.' '네' '.......'
    처방전 받고 돌아오죠. 왠지 감기에 걸려도 가기가 싫어지네요.
    덕분에 그냥 집에서 훌쩍훌쩍 코만 들이키고 있네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5 21:4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내성적이고 과묵한 부부도 좀 그렇지만
      내성적이고 과묵한 환자-의사 조합도 좀 그렇죠. ㅠ.ㅠ
      말씀하신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져 미소를 잠시 지었습니다. ^^;
      지금은 감기를 떼어내신 상태죠?

  7. BlogIcon 해우기 2012.01.04 14:1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가끔 병원에 가지만....
    의사에게 믿음을 바라지는 않게되었어요... ㅎㅎㅎ

  8. BlogIcon mark 2012.01.06 13:31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제가 가진 우리나라 의사에 대한 퍼셉션은 불친절 하다는 것. 정말로...
    몸이 불편해서 어렵게 예악하고 병원에 나와 오래 기다려 의사를 대면하는데 잘 해봤자 1~ 2분 그것도 아니면 30초? 그나마 성의없는 질문과 대답. 퉁명스럽기 짝이 없지요. 미국 이야기해서 뭐하지만 미국서 병원에 갔더니 참 친절하더군요. 칠절하게 환자를 대하고 묻고 성의있게 대답하고(미국서 개업하는 한국 의사도 마찬가지였죠) ... 의사를 보는 것 만으로도 병이 낫는거 같았습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6 17:5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전체적인 인식은 저 역시 마크님과 비슷합니다.
      본문에 적은 의사 같은 분들 만나기 쉽지 않구요.
      제 경우 웬만하면 동네 병원-의원을 가는데요.
      종합병원이나 큰 병원 갔을 때 '대기 삼십분 + 진료 일분'이 싫어서 그렇습니다.

      미국은 우리와 의료체계가 좀 다른 면이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 접하셨다는 그 의사들의 친절은 타산지석으로 배워 마땅한 자질이지요.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병이 낫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얻고 싶습니다.

    • BlogIcon markjuhn 2012.01.08 00:2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의사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셨는데 제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놔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용서해주세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08 00:2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닙니다. 어쩌면 저 역시 안 좋은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구요.
      좋은 이야기로 읽힐 여지가 컸는데
      마크님이 균형추 역할을 잘 해주신 거죠.
      용서가 아니라 제가 감사를 드려야 맞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