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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어느 날 만년필이 안 나온다. 잉크를 다시 채워도 안 나온다. 만년필을 바꿔야 하나? 이 작가는 만년필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촉과 튜브와 케이스를 기본 얼개로 이뤄진 만년필의 구성과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잠시 다른 일을 옆으로 밀어둔 채, 만년필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뜯게 된 건 순전히 그의 관심과 취향과 성격 때문이다. 여느 작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그렇듯, 나는 일상에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블로깅과 웹서핑 외에도, 신문을 읽고 은행일을 보고 가계부를 쓰고 독서일지를 작성하는 등등의 많은 일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컴퓨터로 한다. 지난 일요일 오전 컴퓨터가 오작동한다. 깨서 컴퓨터를 켰는데 부팅 중에 다운되어 혼자서 재부팅을 무한반복한다. 새벽까지 잘 쓰고 잘 끄고 잤는데 아침에 부팅을 하니 윈도우 xp 로고 아래에 파랑색 눈금이 지렁이처럼 한 칸씩 기어가다가 튕겨 버린다. 컴퓨터가 왜 이러나? 나는 컴퓨터에 조금은 남다른 관심이 있다. 메인보드와 씨피유와 램과 하드디스크를 기본 얼개로 이뤄진 컴퓨터의 구성과 작동 원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잠시 다른 일을 옆으로 밀어둔 채, 컴퓨터를 열어서 이것저것 만져보게 된 건 순전히 나의 관심과 취향과 성격 때문이다. 여느 컴퓨터 사용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꼭 3일을 쏟아부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고, 하지만 쓰던 부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고, 그래서 분해와 조립을 네 번이나 더 시도 했고! 그렇지만 결국은 미련을 접어야 했다. 문제는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였다. 둘이 함께 맛이 가다니! 상상도 못 했는데 그리고 둘만은 어떻게든 오래 쓰고 싶었던 정든 녀석들인데! 어쩔 수 없이 이성이 시키는 대로 둘을 꺼내고 다른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를 넣어 새로 조립하고 사용을 위한 세팅을 마쳤다. 여기까지 꼭 3일 걸렸다. 정확히는 3일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요일에도 9 to 3 근무를 했고,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정상근무했으니까 3일 동안 틈틈이 비는 시간(자유시간!)을 쏟은 거라고 말하는 게 맞을 거다. 그치만 3일 내내는 아니래도 어쨌든 3일이 걸린 것 또한 사실이다. 사흘이 그렇게 갔다. 집에서 해야할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그 와중에 방청소를 했...), 컴퓨터 오작동의 원인을 찾고 새로 조립하고 세팅을 하는 데에 3일 동안의 자유시간을 온전히 쏟아부었다.



사흘을 생각한다. 사흘이면, 그 오래 된 컴퓨터를 걍 포기해 버리는 게 낫지 않았나? 대신 사흘동안 적당히 휴식을 취하는 게 맞지 않았나? 수요일 목요일 이틀간 몰려온 피로가 장난 아니다. 사흘동안은 사로잡혀(?) 있어서 몰랐는데 휴식 없이 보낸 사흘의 여파가 크다. 비근한 예로, 출근할 때 전철에서 평소와 다르게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온다. 낮출근이라 전철 타면 거의 늘 앉는다. 하지만 앉아도 책을 볼 수 없다. 피로가 끌어내리는 눈꺼풀 때문에. (ㅜ.ㅜ)


돈을 주고 맡기거나 새로 컴퓨터를 확 사버리거나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든다. 돈을 주고 맡기는 건 그쪽 바닥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관심과 취향과 성격 상 컴퓨터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년필에 관심이 많은 어떤 문필가처럼. ^^; 새로 컴퓨터를 확 사버리는 가정이 살포시 밀려오긴 하지만 이내 밀어낸다. 솔직히 컴퓨터의 부품값 총합은 십만 원이 겨우 넘을 거다. 하지만 새 컴퓨터를 사는 것은 내가 조립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의 네다섯 배가 넘는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런 비용을 지불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꼭 사야할 상황이라면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 노트북을 매일 가지고 출퇴근하는 게 경제적이다. 뭐랄까, 내가 쓰는 데스크탑에 새로이 비용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다면 말이 될까. 어차피 내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무실에 두고 다니는) 노트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정 안 되면 그걸 들고 출퇴근하면 된다. 무게도 2.8kg인가 밖에 안 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수요일부터는 컴퓨터를 정상으로 쓰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일월화요일 3일동안은 컴퓨터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세부적인 이런저런 세팅을 마저 하느라고 또 하루를 보냈다. 어쨌든 그 동안은 노트북을 잠시 집으로 가져와서 몇 가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한 번의 포스팅! ^^), 블로깅도 웹서핑도 그외 몇 가지 일도 잠시 접어뒀었다. 블로깅 말이 나서 말이지만 내 블로그에 답답글 작성은 커녕 지인들 블로그 방문도 하지 못 했고 답글 작성은 더더욱 하지 못 했다(마음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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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한 것은 ;

메인보드 - asus p4p 800se에서 asrock p4i65G로.
VGA카드 - ati radeon 9550(256mb)에서 내장 intel extreme graphics 2(max. 96mb)로. 

asrock p4i65G는 집에서 놀던 메인보드라 돈이 안 들었다. 칩셋도 다행히 asus랑 같은 865라서 윈도우를 재설치하지 않아도 되었다(사운드와 그래픽 드라이버는 새로 잡아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쯤이야! ^^). 그런데 램 슬롯이 2개인 건 좀 안습이다. 512mb 4개를 꽂아 쓰고 있었는데 새 메인보드는 램 슬롯이 2개이다 보니 못 끼운 2개는 놀고 있다. 한편으로, 그래픽 카드가 맛이 가버린 상황에서 적당한 대안이 없던 참에 메인보드에 그래픽 칩셋 내장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반가왔다. 그래픽 램이 256에서 96으로 줄어서 갑갑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픽카드를 안 사도 되는 게 어디인가. ^^;




후기)
그래서, 현재는 잘 돌아가는 컴퓨터 잘 쓰고 있습니다(블로깅도 이제 정상화되겠지요. ^^). 이틀동안 틈 날 때 좀 빡세게 돌려봤는데(테스팅),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군요. 오작동 나버린 녀석의 예전 빠르기와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다행! 그리고 무엇보다, 온갖 자료들이 저장된 하드디스크의 에러가 아니어서 불행중 다행입니다. 천만다행! 이 참에 자료 백업용으로 하드디스크를 하나 장만해야 되나 싶습니다. 10만원 조금 더 주면 2TB도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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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06 목 17:00 ... 18:0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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