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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디 다녀온 일은 없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정상 출근인데 오늘도 어디 놀러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행과 나들이를 좋아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데에는 이유가 없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몇 가지 이유를 적어 봅니다. 



 여름휴가. 아무데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

 
  
저희 둘이 겹치는 휴가 일정이 토-일 이틀입니다. 그것도 7월 마지막 주의 토-일요일입니다. 어디 갈 엄두를 내기 힘든 시기죠. 어딜 가면 사람이 덜 붐빌까 고민을 하게 되지만 현실은 어딜 가도 사람이 붐빕니다. 휴가로 길을 나선 사람들이든, 토-일요일 주말을 이용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든, 어쨌든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여행이든 휴가든 나들이든, 밖으로 나온 사람이 많으면 길도 붐비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언젠가 휴가 때 아침 여섯시에 여행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고속도로에서(아마도 호법IC 근처에서) 두 시간 가까이 꼼짝 못하고 갇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7월 마지막 토-일요일은 어딜 가도 차량 정체를 경험합니다. 운전자에겐 큰 스트레스죠.

이틀이란 시간이 어딜 다녀오기엔 잠 어정쩡합니다. 조금 멀리 간다고 할 때, 가고 오는 왕복 시간으로 반나절에서 하루는 차 안에서 보내야 합니다. 이박삼일이면 몰라도 일박이일은 조금 멀리 가기에 여행 시간 대비 이동 시간의 비중이 너무 큽니다. 가까운 곳을 여기저기 다닌다면 몰라도 멀리 떠나기에는 시간이 많이 아깝습니다.


여름의 한복판이란 시점이, 사람들 안 몰릴만한 곳을 찾아 '관광'을 하기엔 너무 더운 때입니다. 단양에서 8경을 돌았던 적도 있고, 전주 지역 테마 여행을 했던 적도 있고, 남도 해안 맛 기행을 한 적도 있습니다. 7월말~8월초는 돌아다니기에 너무 덥습니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휴가가 '쉬는 것'이어야 하는데. -.-;

"그 돈이면?"이라는 생각 끝에 "그 돈으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료비와 톨비를 비롯한 이동 경비 그리고 숙박비를 '맛있는 거' 또는 '평소에 엄두가 안 나던 음식'을 사먹는 데에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리고 시간도 되겠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극장을 찾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추울지도 모르니까 긴 팔 옷을 챙겨가고. ^^

폭우의 끝. 불안정한 일기. 어딜 가기 두렵습니다. 일기예보 도표에 잠시 해가 걸려도 그게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폭우 속에서 여행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폭우로 인한 피해지역을 관광하기에는 양심이 찔립니다. 복구 작업 중인 동네를 카메라 메고 돌아다닐 순 없습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31일(일) 또 폭우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7월 30일 토요일 밤. 3차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향했단 기사가 올라오더군요. 아차 했습니다. 김진숙 누이를 생각하며 여름휴가를 접은 건 아니지만, 휴가를 다녀왔으면 크레인 위에서 반년을 넘기고 있는 우리의 누이한테 많이 미안할 뻔 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이를 위해 지지 단식을 진행 중인 심상정 누님한테도요.

그래저래 여행도 관광도 하지 않은 여름휴가가 되었는데요. 옆의 그녀도 흔쾌히 제 생각에 동의했고 그래서 잘 쉰 여름휴가가 되었습니다. 저만 쉬는 수목금 3일 동안엔 밀린 집안일을 좀 했지만 잘 쉰 건 잘 쉰 겁니다. ^^; 그럼에도 그녀를 위해 여행이나 관광을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반문이 내심 고개를 드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녀에게나 저에게나 위안이 되는 것은, (꼭 휴가기간이 아니어도) 추후의 토-일요일을 이용해서 어딜 다녀 올 수 있다는 예상이었습니다. 7월까지는 토-일요일에 어딜 다녀오기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시간이 빌 예정입니다. 어디 가고 싶은 건 휴가철 지나서 그때 가도 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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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731 일 08:15 ... 09:15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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