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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서 돌아오는 길. 넘어가던 해는 자취를 감추었고 하늘은 빨갛게 물듭니다. 조금 더 있으면 노을지는 하늘은 까매지고 그 하늘을 배경으로 별이 빛날 테지요.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별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논에 대놓은 물에도 스민 노을. 몇몇 논에는 오늘 내일 심을 모판을 내놨던데 모내기가 끝나면 논에 스민 노을은 사라질 테지요. 잠시나마 논은 자신을 하늘에 내줍니다. 파랄 때는 파랗게, 붉을 때는 붉게,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논에서 배웁니다.




 
처가에서 돌아오는 길. 도시의 야경. 어느새 하늘은 까매지고 도시에는 불이 켜집니다. 장모님이 담아주신 참외를 왼손에 들어 오른손만으로 적당히 카메라를 가늠한 채 어두워진 후의 도시를 향해 셔터를 누릅니다. 

더 이상 까만 밤은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야경. 그저 매일 오는 밤일 뿐이지만 도시의 야경에는 피곤한 삶의 상념이 이입됩니다. 선명함은 차가움으로 다가오고 밝음은 쉬지 못함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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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배타고 몇 시간씩 걸려, 명절에는 열 몇 시간씩 걸려 처가에 가는 분도 계신데, 저는 다행히 처가가 승용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편도 5km 안쪽입니다. 그 사이에는 시 경계가 놓여있어 이동 중에 도시와 시골의 변화를 보게 됩니다.

지난 일요일,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옆의 그녀와 처가까지 걸었습니다. 종일 해는 구름에 가렸고 바람은 선선했습니다. 길가의 꽃과 나무로 계절의 변화를 마음에 새기고 메고 나간 카메라로 봄과 여름을 눈과 마음에 담습니다.

"걸어온 거야?" 장모님은 놀라시고 그 거리를 왜 걸었는지 처남은 의아해 합니다. 그녀나 저나 걷는 게 좋습니다. 가는 길에 대략 4.1km를 걸었고, 오는 길도 기어이 걸어 3.6km를 답파했습니다. 경로를 달리해서 거리가 달랐다죠. 갈 때는 70분, 올 때는 50분.

가는 길은 보라색 엉겅퀴와 노랑색 애기똥풀, 이름모를 하얀색 꽃의 가로수로 기억되고 처가는 수국과 칸나와 파 꽃으로 남습니다. 귀가하여 할 일이 있어 걷기에 집중했던 돌아오는 길은 붉게 노을진 시골과 밝은 도시의 야경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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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524 화 12:00 ... 12:30  비프리박


p.s.
처가 가는 길에 담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꽃과 나무와 새들은 이어지는 포스트로 공유해 보도록 하지요. 차로 이동했으면 절대 보지도 담지도 못했을 녀석들을 생각하면 역시 여행(?)은 걸을 때 가장 많이 남는다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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