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랜만에 이만기를 봐서 좋았습니다(11월 7일, 14일 방영분). KBS 1박2일,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아닌데, 최근 두달 정도는 그 시간에 대개 저녁식사 후 편안한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소파에 몸을 걸친 채 이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발치몽(MC몽)이 빠진 후였음에도, 보는 마음은 썩 편치 않았습니다. 제가 티비를 편하게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주욱 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 없을 수 없습니다. 몇자 적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원래, 티비 프로그램에 관한 한 (특히 그것이 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한) 리뷰를 쓰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요. 이미 그것에 관해 쓰는 블로거들의 리뷰는 넘쳐나고 있고, 또 그런 프로그램은 그냥 보면 되는 것이지, 리뷰까지 필요하냐,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대해서 리뷰까지 쓰게 된 이유는 그간 할 이야기가 좀 쌓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이만기와 씨름 특집에서 그런 생각이 불거져서 그렇기도 합니다. 방송분의 요약은 아니고요. 제 생각을 좀 적어봅니다. |
▩ 1박2일은 어디로 가고 있나. 이만기와 씨름 특집을 보며 든 생각 그리고 ... ▩
감동적이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던 이유는?
하나. 1박2일 여행지 선정, 복수 후보지를 고려하는 게 맞다.
이번 1박2일 이만기와의 씨름 특집은 그들이 예정했던 울릉도 행이 태풍 예상 일기예보로 인해 불발되어 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운이 좋았던 것인지, 1박2일이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만기를 섭외할 수 있었고, 시청률은 대박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든 의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여행을 한다고 나서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왜 날씨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까. 그것도 울릉도처럼 배로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날씨에 민감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항구까지 가서 태풍이 예상된다고 '이제 어딜 가야 하냐'며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걸 다 방송으로 내보내는 걸까. 왜 '여기가 안 되면 저기' 할 수 있는 복수 후보지 고려는 하지 않는 걸까. 어차피 리얼 버라이어티라면서, 그리고 실제로 거기가 안 되면 다른 곳으로 향할 거면서, 대안은 왜 생각해두지 않는 걸까. 제작진을 보면서 참 나이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작진에게 프로페셔널리즘까지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직업적이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두울. 김종민은 1박2일에 뭔가? 병풍, 꿔다논 보릿자루를 언제까지?
프로그램 진행을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팀으로 하는 것도 좋고 어떤 진행자가 군대든 공익근무든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면 병역을 해결한 후에 다시 합류하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는 그 후입니다. 프로그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심지어는 보고 있으려니 짜증나는) 인물을 언제까지 '적응 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데리고 갈 거냐, 라는 겁니다. 적응기간이 얼마나 더 길어야 되는 건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언제까지 꿔다논 보릿자루를 봐주어야 한다는 건지도요.
가끔 의도적인 김종민 살리기 편집 스킬도 보인다죠. 시청자를 상대로 제작진이 장난을 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제작진은 그러다 김종민이 한건 터뜨려주면 그걸로 지난 병풍의 세월을 다 씻어낼 수 있다는 걸까요. 한방주의? 결과만 좋게 나오면 과정은 상관 없는? 제작진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MC몽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감싸고 끌어안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김종민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는 이같은 제작진의 태도에서,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끝까지 델꾸 가는 2mb식 인사가 오버랩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MC몽이든 김종민이든 자진해서 하차할 수 있는 겁니다. 끝을 볼 때까지 버티다가 끌어내려지는 것은 자폭입니다. 세엣. 이만기와 대비되는 강호동의 씨름에 대한 태도.
강호동은 전직 씨름선수입니다. 그에게 이만기가 씨름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라지 않습니다만 강호동에게 씨름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온 삶의 무게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다른 거겠지합니다. 그간 강호동이 복불복 이벤트 후에 보여주는 억지에 가까운 진행이 싫어서 안 봤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보여준 씨름에 대한 태도가 좀 그랬습니다. 이만기가 대한민국 씨름만 생각할 때 강호동은 그날 씨름의 흥행성만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물론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상념이 교차하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섰던 바 있는 대한민국 씨름의 현재에 대한 애정 같은 걸 읽기는 어려웠습니다. 네엣. 1박2일에 나온 식당과 명소에 관한 뒷 이야기들. 주변에서 그럽니다. 1박2일에 나왔다고 어디어디를 가서 어떤 식당에 갔는데 완전 꽝이었다고, 다신 거기 안 간다고, 말이죠.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신빙성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데, 맛집 소개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저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 팀이 들렀다고 해서 문전성시 대박식당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진행자들이 처한 상황에서 먹으면 언제나 맛있을 수 있는 음식이 평범한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꽝일 수 있습니다. 상상해 봅니다. 주인 부부가 그저 시골에서 또는 지방 소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조그만 식당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온다면? 결과는 거의 재앙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식당에서는 그많은 손님에 대해 맛을 포함해서 그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서 재앙이고, 손님으로서는 기대가 실망 혹은 절망으로 바뀌어서 재앙인 것이죠. 사실 식당의 입장에서도, 잠시 돈은 더 벌 수 있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수 있습니다. 속으로 그런 질문을 던집니다. "1박2일에 나오는 게 과연 식당과 손님한테 좋은 걸까?" 걍 1박2일은 진행자와 스탭이 밥차에서 밥 먹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행을 한다면서, 1박2일에 나온 곳이라고 무작정 따라가는 건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무슨 여행의 리더는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그곳에 갔을 뿐이고, 나는 또 내 나름의 내적 동기로 여행을 하는 겁니다. 개인적 여행코드는 다 다른 것이죠. 1박2일 팀이 다녀가서 대단한 곳이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현실은 1박2일이 다녀간 곳이라면 (인파가 무서워서라도) 피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발이지, 1박2일 팀이 대한민국의 멋진 곳과 식당을 망가뜨리는 선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2010 1118 목 18:05 ... 18:15 시작이반
2010 1119 금 11:00 ... 12:00 비프리박 |
반응형
'소통4: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리영희 별세' 소식에 울컥. 현재의 저를 있게 해준 리영희 교수님 타계, 편히 잠드시길. (30) | 2010.12.05 |
---|---|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 (6) | 2010.12.03 |
▩ 소도시 여행의 로망: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고선영, 김형호의 살아있는 여행기! ▩ (21) | 2010.11.23 |
▩ 모든 개는 다르다(김소희, 페티앙북스), 남자의 자격 유기견 입양 전에 읽어야 할 필독서 ▩ (18) | 2010.11.17 |
▩ 줄리아 로버츠를 떠올리며 읽은 소설 펠리컨 브리프, 존 그리샴 읽기의 물꼬를 튼 소설 ▩ (12) | 2010.11.09 |
▩ [책리뷰] 하우스 푸어,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김재영PD의 실증적 추적 ▩ (10) | 2010.11.03 |
▩ 지하철 출퇴근 독서 3개월을 돌아보니. 지하철에서 책읽기 결산(2010년 3분기) ▩ (25) | 2010.10.27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