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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나라를 독립시킨 조지 워싱턴도 그렇게 추앙받고 있는데, 시몬 볼리바르는 대여섯 나라를 해방시킨 장본인이었다. 그의 조국 베네수엘라를 비롯하여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그리고 멀리는 멕시코의 독립까지가 그의 노력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69쪽, <혼자서 온갖 질문을 다해 보는 남다른 습성을 지니다>에서)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1783~1830). 몰랐던 사람.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을 읽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혁명가. 한 국가를 해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 대륙을 해방하는 경지에 올라서 있는 위인. 라틴 아메리카인들로부터 전 대륙적 존경을 받는 위대한 해방가.

헨드릭 빌렘 반 룬, 시몬 볼리바르: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자, 조재선(옮김), 서해문집, 2006.   * 총 211쪽.
* 원저 - Hendrik Willem van Loon, The Life and Times of Simon Bolivar, 1943.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라틴 아메리카는 저에게 별다른 느낌이 없는 세계지도 상의 한 대륙일 뿐이었지만, <시몬 볼리바르>를 읽은 후 라틴 아메리카 하면 제 머리 속엔 이제, 제 손으로 해방을 이룬, 해방의 열기가 꿈틀대는 대륙이 연상됩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 공부의 시발점이 되어주기에도 충분치 않을까 싶습니다.

2009년 여름의 끝에 읽은 책입니다. 9월 5일(토)부터 읽기 시작해서 9월 8일(화) 출근길에 책장을 덮었습니다. 중간의 일요일에는 (아마도 늦잠을 자서) 승용차 출퇴근을 했고 그래서 책을 못 읽었습니다. 이틀 반만에 읽은 책이라는 이야깁니다. 책의 판형도 작고 페이지 수도 적어,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갖는 무게감과 역사적 유의미성은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시몬 볼리바르 - 10점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조재선 옮김 / 서해문집

 * 출판사의 책 소개를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시몬 볼리바르. 헨드릭 빌렘 반 룬이 복원한 라틴아메리카 혁명가의 생애


시몬 볼리바르,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이 위대한 혁명가를 바보같이 시몬 드 보부아르와 착각한 적이 있다. ^^


 

1. 이 책의 주인공은?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은?

이 책의 주인공, 시몬 볼리바르에 관해선 어떤 인터넷 서점 해당 도서 페이지에서 압축하여 잘 적고 있습니다.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1783~1830)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다섯 나라를 스페인 식민 통치에서 해방시킨 독립 영웅이다. 그에 대한 남미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이 어찌나 대단한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처럼 ‘볼리바르’라는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꿔) 짓고, 화폐단위, 지형, 경제조약에도 그의 이름을 붙인다. 신념 있는 정치 철학자였으며 평생을 혁명 전장에서 보낸 혁명가였던 볼리바르는 일찍이 중남미 전체를 아우르는 연방공화국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 인용 출처 )   * (   ) 부분은 비프리박.


이 책을 쓴 저자 헨드릭 빌렘 반 룬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 날개 안쪽에는 헨드릭 빌렘 반 룬에 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188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난 그는 1902년(20세)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과 코넬대학에서 공부한 뒤 AP통신의 유럽 특파원으로 일했다. 1911년 뮌헨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서양사를 강의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벨기에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미국에서 역사를 강의하면서 20권이 넘는 작품을 썼다. 


 
 
2. 만행과 불의로 가득찬 스페인의 식민통치에서 자라나는 해방의 싹

신세계[라틴 아메리카]에서 펼쳐진 스페인의 역사가 늘 유쾌한 일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신세계에서 그들의 조상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들 ... 왜 신세계에서 스페인 통치의 역사는 불의와 비참으로 얼룩진 기록이 되고 말았을까.   * [   ]는 비프리박.
(49쪽, <이 책이 주인공이 등장하게 될 무대를 소개한다>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는 만행에 가까왔습니다. 그 만행에 관해서, 그리고 그것이 왜 "불의와 비참으로 얼룩진 기록"이 되고 말았는지에 관해서, 헨드릭은 책의 1/4에 해당하는 분량을 할애해서 적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스페인(뿐만 아니라 서구 열강)의 만행에 시달리는 라틴 아메리카인들, 그리고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해방 운동의 싹을 봤습니다. 물론, 그 해방의 파도 맨 앞머리에는 시몬 볼리바르가 서 있었습니다.
 


 

 
3. 남아메리카는 남아메리카 민중들의 손에!

"자유라는 거룩한 명분을 배신하는 자에게 용서를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배신행위를 하다 발각되어도 몇 년 정도 추방당하는 게 고작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배신을 일삼으려는 다른 무리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배신자를 철저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남아메리카는 남아메리카 민중들의 손에 맡겨져야 합니다."
(122쪽, <영광스런 나날이 이어지다>에서)

굳이 홍세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무리 톨레랑스(관용)의 대상을 넓게 해석해도 앙톨레랑스(불관용)까지 허용할 수는 없듯이, 아무리 자유의 권리를 만인에게 베푼다 해도 자유에 대한 배신을 일삼는 자들에게까지 자유를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약 200년 전의 시몬 볼리바르에게서 그런 생각을 읽습니다.

그리고 저 "남아메리카는 남아메리카 민중들의 손에"라는 말은 참 당연한 말인데도 쿵하는 울림이 있는 외침입니다. 소위 강대국 혹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정치적 식민 지배의 골치아픔에서 벗어나 경제 식민지의 개척에 골몰하게 된 것이 꽤나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채 한 세기가 되지 않았고, 볼리바르의 말을 빼다 박은 "베트남을 베트남 민중의 손에"라는 말을 외쳤던 것이 이제 35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그 쿵하는 울림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4. 볼리바르의 혁명, 혁명성

그[시몬 볼리바르]는 모든 남아메리카 사람들에게 베네수엘라 형제들과 연합 전선을 펼칠 것을 호소했다. 같은 시대 사람들이 지역적인 관점에 매몰되어 있던 반면 볼리바르는 이미 혁명 활동 초창기부터 지역적인 지평을 뛰어넘어 대륙적인 지평에서 사고했다.   * [   ]는 비프리박.
(127쪽, <영광스런 나날이 이어지다>에서)

책을 읽다 보면 시몬 볼리바르가 무려 200년 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주 깜빡 잊게 됩니다. 그의 혁명 사상과 해방 전략이 너무나 현대적^^이기 때문입니다. 200년 전 사람이래서 무시하는 언사가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을 하든 시대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데, 볼리바르는 자주 그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아마 그것은 그의 투철한 혁명성에 기인하는 하는 것일테지만, 여러 곳에서 모택동을, 체 게바라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체 게바라 역시 시몬 볼리바르를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겠지만요.
 

  
 
5. 시대와 대륙을 아우르는, 헨드릭 빌렘 반 룬의 멋진 표현들!

지난 4천년 동안의 기록(이 행성에서 우리가 저지른 일들에 우리가 어느 정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모든 것들)을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위대함을 부여해 주는 권능의 지혜[가] 선하고 진실한(그리하여 거룩한) 것을 얻기 위한 위대하고 존귀한 투쟁을 통해서만 획득된다는 것이다.   * [   ]는 비프리박.
(201쪽, <한 위대한 인물, 쇠락 끝에 몰락하다>에서)

이 책이 갖는 또다른 매력은 저자 헨드릭의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표현들에 있습니다. 어쩌면 시몬 볼리바르를 역사적으로 복원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시몬 볼리바르가 살았던 시대와 대륙을 한 차원 높은 관점에서 적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헨드릭의 공부가 깊이와 폭이 남달라서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조지 워싱턴을 들먹이고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을 거명하는 대목들은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시몬 볼리바르가 대륙의 해방자로 역사 속에 우뚝 서 있다면, 헨드릭 빌렘 반 룬은 그에게서 시대와 대륙을 아우르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데에서 빛을 발합니다. 현재 국내에 출간된 시몬 볼리바르의 전기나 평전이 한권 뿐이고 그게 바로 헨드릭의 이 책임을 생각한다면 독자로선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남미대륙의 해방자로 알려져 있는 시몬 볼리바르의 혁명과 생애를 복원한 책.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 체 게바라가 혁명의 전형으로 가슴에 품고 살았던 전설적 혁명가의 삶과 혁명을 적은 책.
- 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 저자 헨드릭 빌렘 반 룬의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멋진 표현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0 0617 목 09:30 ... 11:30  비프리박


시몬 볼리바르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헨드릭 빌렘 반 룬 (서해문집, 2006년)
상세보기

p.s.
이 책의 번역자 조재선에 관해서 책 표지 날개에선 동성중학교 교사로 적고 있습니다.전혀 알지 못하는 번역자가 지리적으로 전철 두어 정거장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와서 동성중학교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2010년 현재 그는 동성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지 않나 봅니다. 웹 검색을 했더니 교회 관련 된 곳에서 조재선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간혹 보이긴 합니다만,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는 어렵군요. 괜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없지 않은데. ^^; 

포스트 본문에서 몇번 언급한 체 게바라에 관해서는 제가 평전에 관한 서평을 쓴 적이 있지요.
http://befreepark.tistory.com/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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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지구벌레 2010.06.17 11:5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베네주엘라 차베스가 지표로 삼고 있다 해서 관심이 갔던 인물입니다.
    현재도 지구에서 가장 뜨겁고 혁명적인 대륙이 남미 아닐까 싶네요.
    이미 세상은 가까워질대로 가까워 졌으니..이런 열기들도 많이 전해지면 좋을 텐데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0.06.17 22:43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차베스가 참 여러모로 좋은 시도를 많이 했던 듯.
      그래도 남미에선 정말 혁명적인^^ 투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느 나라처럼 맨날 수구 꼴통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아니더란.
      말씀처럼 남미의 그런 열기가 지구촌으로 가까와진 우리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2. BlogIcon G_Gatsby 2010.06.17 17:3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어제 칠레와 온두라스의 경기를 보는데, 미드필드 한명 이름이 게바라 더군요.
    문득 체 게바라의 글중에서 남미인들의 따스한 인간미를 말하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왜 혁명이 필요하며, 그 출발점이 남미여야 하는가에 대한 체 게바라의 고민이 느껴지더군요.
    결론은.. 그래도 축구는 우리보다 잘 한다는거.
    대~ 한민국.

    • BlogIcon 비프리박 2010.06.17 22:4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오오. 게바라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있었군요?
      예전에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의 선수를 본 기억이 납니다. 크.

      체 게바라 연상하셨겠습니다. 게다가 블로그 아이콘도 게바라시니. ^^
      게바라가 전하고자 했던 그 열정과 깊은 뜻이 좀 읽힌다면 참 좋겠는데 말입니다.

      결론은 축구를 참 잘 합니다. 남미대륙의 나라들은요, 라는 이야기. ^^
      오늘 우리는 아르헨티나한테 4:0으로 졌다죠. ㅜ.ㅜ

  3. BlogIcon sephia 2010.06.17 18:0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역자분의 모습이 궁금해 집니다. 으흠.

  4. BlogIcon 어멍 2010.06.21 00:03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체 게바라 평전은 읽었지만 볼리바르는 처음이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제 3세계를 제외한 서구유럽 중심이라서 여러모로 협소합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0.06.23 09:2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저 역시 체 게바라를 읽기 전까진 알지 못했던 볼리바르입니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가 제3세계 해방운동사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있는 면이 없지 않겠지요.

  5. 안녕하세요 2012.11.19 16:55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옮긴이 조재선 님은 지금 저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예전에 책을 번역했다고 자랑하시던데 이 책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