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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이 포스트의 요지다. 요지를 이렇게 서두에 밝히는 것은
이 포스트가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객관적' 여행 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 여행 후기에도 글쓴이의 주관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여행 후기가 '주관적'이어서 싫다 하시는 분은 창을 닫으시길 권한다.


그녀의 생일을 기념하여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우리는 지난 2월 22일, 23일 일박이일로 전주에 있었다. 처음부터 전주 한옥마을을 생일 기념 여행지로 점찍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나 나나 해안 지방을 가고픈 (해산물을 마구 먹어주고 싶은!) 마음이 적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동해안 폭설, 남해안 기름 유출, 언젠가부터 안 찾게 된 서해안, ...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를 꾸준히 방사능 오염시키고 있는 일본!!! 그래저래 걍 내륙 지방을 여행하기로 했던 것이고, 그때 나에게 떠오른 곳이 순창을 제치고 전주였다.

전주는 2008년 여름 휴가 때 간 적이 있는 곳이다. 그후로 5년 넘게 흘렀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특별히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을 걷고 이런저런 건물들을 구경하고 ... 그러고 싶었다. 무더위와 땡볕을 벗삼아(ㅜ.ㅜ) 그녀와 함께 걸었던 2008년 여름도 추억하면서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전주는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은) 갈 만 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바람은 한옥마을에 발을 들여 놓은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한옥마을을 찾은 것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2월 23일 오전 11시 무렵 전주향교 쪽에서 걷기 시작했다. 예상한대로 공용주차장은 오전부터 '만차' 표지판을 입구에 세워 두고 있었고, 우리는 지난 번 방문했을 때처럼 인근에 위치한 전주전통문화관 주차장에 주차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주차 통제를 하지 않는다. 지난 번에도 주차 통제를 했던 기억은 없다. 편히 차를 댔다.


전주 한옥마을을 걸으면서 좀 아니다 싶었던 것은 대략 너댓 가지다.


1) 사람이 너무 많다. 걷지 못한다. 밀려 다닌다.
일요일 아침임을 감안해도 이건 뭐 걷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걷는 게 아니라 사람에 밀려 다니는 거라고 하면 말이 될까. '나도 여기에 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주말 아침에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은 누가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걷는 게 걷는 게 아닌 지경에 이를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거다. 사람이 많아서(?) 더 사람이 몰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옥마을을 찾기는 어렵겠단 생각이 든 첫번째 요소다. 이렇게 밀려다니려고 한옥마을에 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한옥마을의 유명세에 힘입어 '한번 가보자'고 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한번 와본 그들은 후에 또 이곳을 찾게 될까. 그렇지 않다에 나는 살포시 한 표 올려 놓는다.


2) 한옥마을 내로 차들이 다녀?
한옥마을 내의 길은 보행로로 생각해도 될 만큼 폭이 넓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다. 그 길로 차가 다닌다. 쉴 새 없이 앞에서 또는 뒤에서 차가 온다. 사람이 많은 만큼 차가 많다. 편히, 느긋하게, 걷을 수가 없다. '이 길에 차를 몰고 들어올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생각이 짜증이 되어 밀려왔다. '이 길을 (최소한 사람들로 붐비는 주말만이라도) 차 없는 도로로 만들지 못하는 행정 당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2차 짜증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한옥마을을 걷는다는 거, 여러 모로 힘들다. 특히나 쉴 새 없이 앞뒤에서 오는 차들 때문에. 


3) 한옥마을에 '한옥'이 없다.
유명한 전통 고건축물이 있는 전주 향교나 경기전 같은 곳을 제외한다면,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옥'을 보기가 쉽지 않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면 이렇다 할 한옥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것은 '한옥'마을에서 '한옥'을 그렇게까지 찾아야 하느냐는 거다. 그리고 설사, 그럴 듯한 한옥 건축물을 찾는다 하더라도 '살펴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곳은 누군가 살고 있는 일반 가정집이거나 지극히 상업적인 용도의 가게이거나, 둘 중 하나다. '살펴보기'는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내 기억에 강하게 남은 것으로 전주 한옥마을에는 1970년대와 걸맞을 법한 집들이 많다. 그 집들은 소위 '새마을운동'을 연상케하는 '구식' 집들이다. 이 집들은 '구옥'일 순 있어도 '한옥'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이런 집을 보러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것은 아니잖은가.


4) '상업화'라는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즐비한 가게들.
처음 한옥마을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손에 기념품(?)스러운 쇼핑백이 들려 있다. 유심히 보면 그 기념품(?)은 대부분 먹거리임을 알 수 있다. 그 먹거리를 파는 가게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뱀처럼 늘어서 있다. 내 눈에는 '한옥마을'과는 그닥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가게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손님들이 늘어서 있지 않는 가게들도 정말 많다. '한옥'마을이 물 반 고기 반 아니(ㅋㅋ) '가게 반 가옥 반' 수준이다. 아니, 어쩌면 가게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한옥마을에 왜 이렇게 가게가 많은 걸까. 사람이 몰리는 곳에 장사치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한옥마을에 누구나 가게를 차릴 수 있는 걸까.

나나 그녀는 유명세를 탄 가게들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는 사람들은 가게 앞에 줄을 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명세를 타지 않은 '장사가 될까' 싶은 가게들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뭔가가 필요해서라면 몰라도, 이 가게들 탐방(?)하러 한옥마을에 온 게 아니니까.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보다 발길을 돌렸다.
전주에서 조금 남쪽에 위치한 김제 금산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전주 시내에서 30분 거리다. 금산사를 걷는다면, 방금 전의 기분이 중화될 것 같았다. 금산사 방문 후기는 사진과 함께 수일 내로 포스팅할 것이다.

전주를 갈 일은 있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러 가든, 여행 차 방문하든, 앞으로 전주를 다시 갈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곳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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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12 수 23:10 ... 23:30  가닥잡기
0313 목 00:30 ... 01:4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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